2020. 6. 26. 11:53ㆍ기사쓰기_서울시민기자/서울의강.산.공원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야구장은 야구 좋아하는 아이들과 종종 왔었지만, 길 바로 건너에 위치한 40년 전에 조성된 ‘아시아공원’은 가로 수 뒤에 꼭꼭 숨겨져 있어서 오늘에서야 처음 찾았다. 이렇게 넓은 녹지에 아름다운 공원이 있는지 몰랐다.
아시아공원은 1986년 아시안게임을 대비하여 선수촌 및 기자촌 아파트 단지 건립과 함께 조성된 곳으로, 잠실종합운동장이 바로 인접 해 있다. 소나무, 대추나무 등 다양한 나무와 꽃들로 가득 찬 넓은 녹지공간이자, ‘자연과 빛’ 조형물, 야외공연 무대, 시와 그림의 광장, 송파 문화예술회관, 부리도(浮里島) 기념비 등이 자리한 시민의 문화휴식 공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바로 앞에 아시아공원이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9호선종합운동장역 9번 출구에 서도 가깝다. 길 건너편엔 잠실야구장도 보인다.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연일 최고의 기온을 기록하는 더운 날의 연속이다. 초록이 무성한 공원에 들어오니 향긋한 솔 향과 바람이 시원 하게 불어온다. 금세 한 여름 무더위는 딴 나라 얘기가 되었다.
오래된 소나무와 대추나무, 자두나무 숲 궁궐에 편안하고 아늑한 벤치가 즐비해 있다. 가지런한 모습이 마치 예술 작품을 전시해 놓은 것 같다. 하늘 높이 곧게 뻗은 나무기둥 직선과 바닥에 놓인 벤치 팔걸이 둥근 선이 절묘하게 어울린다. 잠시 자리를 잡고, 시집을 꺼내 소리 내어 한 수 읊어본다.
사라진 뽕밭섬 부리도는 조선시대 누에고치를 키우던 ‘잠실(蠶室)’과 국립 양잠소 격인 ‘잠실도회(蠶室都會)’가 있던 섬이었다. 70년 대 물 막이 공사로 인해 육지로 변한 후 고층 아파트 촌으로 바뀌고, 양잠과 채소 재배로 생활하던 부렴마을 주민들은 이 곳을 떠났다. 하 지만 매년 옛 부리도(浮里島)의 부렴마을 주민들이 이 곳에 찾아와 ‘상신제(桑神祭)’를 지내고 있다.
공원을 걷다 보니 곳곳에 우리 고유의 소재를 이용하여 형상화한 북 조형물도 눈에 띄었다. 새들이 합창하고 있는 숲 속에서 북을 치면 금방이라도 덩더꿍 소리와 함께 한 바탕 판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시원한 모자를 쓴 시민들이 잔디 마당에 자리를 펴고 즐거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잔디마당 옆에 위치한 문화예술회관에서는 평소엔 다 채로운 문화 행사와 교양 강좌를 열어 시민들의 문화와 휴식 공간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도 아직은 잠시 멈춤이다.
산책로 돌길 위를 하나하나 디디며 보폭을 달리하며 걸어보았다. 더운 날씨였지만 더운지모르고 시원한 솔바람 따라 숲이 무성한 그늘 길을 산책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야외 공연은 감동이 배가 된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잠시 멈추어있지만 곧 아름다운 일상으로 회복되어, 길 건너 야구 장에서 울려 퍼지는 응원의 함성과 함께 자연 속 무대 위에서 피어나는 감동의 선율을 감상하기를 기대한다.
아시아공원 진입 광장에 세운 조형물 ‘자연과 빛’은 화강석과 자연석 바닥에 물이 흐르게 하고 그 위에 청동 조각을 올려 한국의 산과 강 을 형상화했다. 청동 조각 외면에는 은백색 스테인리스를 붙여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푸른 하늘 속 무성한 초목과 함께 어 우러져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꼭꼭 숨겨진 ‘울창한 도심 속 공원’을 걷다보니, 뜻밖의 선물을 받은듯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마음을 다스린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시의 한 문장이 안부를 물어온다.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는 건지 정말 괜찮은 건 지(신미나 시인의 ‘당신은 다정한 사람입니까’ 중에서).” 난 답해주었다. “걱정하지 마, 코로나 19 속 뜨거운 여름이지만 난 이렇게 잘 지내고 있어.”
<서울특별시 웹사이트 뉴스 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