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4. 23:31ㆍ기사쓰기_서울시민기자/서울의강.산.공원
2002년 월드컵 경기를 기념하여 난지도에 월드컵공원이 조성되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태어난 세계적 환경생태 공원이다. 도시와 자연 이 어우러져 생태환경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하늘과 초원이 맞닿은 하늘공원을 중심으로, 동쪽으로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평화공 원, 서쪽으로 문화와 석양이 흐르는 노을공원, 남쪽으로 한강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난지 한강공원과 북쪽으로 자연하천으로 태어난 난 지천공원이 있다.
월드컵공원 중 가장 하늘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하늘공원은 난지도 매립지에 들어선 초지(草地)공원이다. 난지도 중에서 토양이 가장 척 박한 지역으로 자연의 복원력을 보여준다. 봄의 하얀 띠 꽃, 여름의 해바라기와 코스모스, 가을의 은빛 억새꽃이 장관을 이루며 북한산, 남산, 한강 등 서울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계절 언제나 억새를 만날 수 있다.
하늘공원은 291개로 이루어진 하늘계단을 걸어 올라가기도 하고, 공원 입구에서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오르거나, 난지천공원에서 오 르막길을 걸어 오르기도 한다. 평화의 공원에서는 구름다리를 건너 하늘계단을 오를 수 있다. 오늘은 과거를 딛고 일어선 하늘공원에 서 희망의 미래를 향해 도도하게 걸어보련다.
비 내리는 늦가을 오후, 하늘로 가는 길을 올라 하늘공원에 닿았다. 희뿌연 안개 속 광활한 초지가 펼쳐진다. 희망 가득한 천상의 세계 다. 억새 축제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한적하고 여유로운 낭만 산책길이다. 늦가을 억새들이 기세를 한껏 뽐낸다. 비 오는 날에도, 늦은 가을에도, 억새의 도도한 자태 앞에서 당할 자 없다.
안개비가 그치고 높은 하늘 구름 사이로 태양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한들한들 사각사각 억새가 춤을 춘다. 가을의 정취를 대변하는 억새의 다른 이름은 으악새다. 옛 노래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에도 나오는 으악새다. 억새풀의 좁고 긴 억센 잎에 작은 가시 가 있어서 손가락을 베기 쉽다. 가을 억새는 사람 보다 키가 크고, 바람에 흔들거리지만 결코 꺾이지 않는다.
갈대밭 하늘에 동동 떠있는 새둥지, 새들이 살고 있는 조형물 둥지다. 참새가 들락날락한단다. 겨우내 둥지에 머물며 알도 낳고 새끼도 키우면서 지낸다. 둥지들이 고개들어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과거를 딛고 희망의 미래를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자고.
안개 속 핑크뮬리가 가을비를 한껏 머금고 있다. 그 곱던 핑크빛이 어느덧 중후한 갈색빛으로 갈아입었다. 투명한 물방울무늬, 가느다 란 줄무늬, 보송보송 솜털무늬의 갈색빛 외투, 우아한 가을 패션이다. 빛나는 태양 아래 세상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도심 속 런웨이를 도 도하게 걷는다.
억새밭 사잇길 중심에 희망전망대 ‘하늘을 담는 그릇’이 보인다. 설치예술가 임옥상의 작품으로 직경 13.5미터의 커다란 그릇이 억새의 숲 가운데 둥글게 서있다. 해발 98미터의 하늘공원에서 다시 4.6미터 높이의 희망 전망대다. 전망대에 오르니 하늘을 담고 있는 하늘공 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늘공원 어디에서나 희망이 보인다. ‘마음이 그릇이면 천지가 희망입니다’ 새겨진 시 한 편, 소리 내어 읽어본다.
한강을 배경으로 하늘전망대가 보인다. 억새밭 샛길을 걸어 유유자적 산책한다. 월드컵 공원 중 하늘과 가장 가까운 하늘전망대다. 하 늘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유유히 흐르는 한강의 풍경을 굽어볼 수 있다. 희망 가득한 하늘 아래, 노을공원, 하늘공원, 평화공원, 한강공원, 난지천공원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되는 곳, 월드컵 공원이다.
하늘전망대에서 하늘공원을 바라본다. 절반으로 가로지르는 수평선과 수직선 큰길이 있고 다시 대각선 샛길이 보인다. 크게 ‘+’자형 4 개의 구간이 각각 작게 ‘x’ 자 형태로 16개의 샛길을 낸다. 동서남북 경계를 이루며 계절을 따라 억새, 엉겅퀴, 제비꽃, 토끼풀이 자란 다. 꼬마물떼새, 꿩, 황 조롱 등을 볼 수 있으며 노랑나비, 제비나비 등이 관찰되고 생태계가 복원 중에 있다.
하늘전망대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이다. 한강을 가로질러 건설 중인 월드컵대교와 붉은색 아치형 성산대교, 멀리 생태공원 선유도가 보인다. 발 아래에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난지 한강공원이 있다. 희망을 가득 실은 한강이 도심속을 유유히 관통하고 있다.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내려와 난지천 하늘공원으로 들어선다. 늦가을 억새의 위세가 여전히 당당하다. 밀림 속 동물의 왕국이다. 다양 한 동물 모양의 나무 조각품이 가득하다. 비안개 속 억새풀과 강아지풀 사이로 악어도 있고 뱀도 있다. 금방 꿈틀거리며 달려올 것만 같 다. 하늘공원의 풍광 앞에서 난지도의 아픈 기억들은 이미 까마득하다. 과거 버려진 땅이 지금 따듯한 우리 품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그 땅 위에서 희망의 미래를 담는다. 가슴 한 가득 하늘을 담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