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109. 사랑해 1, 2 - 허영만 그림, 김세영 글

2021. 1. 20. 22:13책읽기_1주1권/책읽기_여러분야

2000년 모 스포츠지에 연재되었던 만화 『사랑해』를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만화가 철수와 그보다 14살 어린 철부지 영희의 속도위반 결혼생활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 속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태아와 떡애기 지우를 통해 세상을 그리는 방식이 흥미롭다. 귀엽고 오동통한 지우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어찌나 재밌던지 내내 파안대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만화 중간중간 작가의 생각을 대변하는 인용문들이 마음을 붙잡았다. 

 

저자 소개 - 허영만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 공모전에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며 공식 데뷔했다. 초기에 《각시탈》《무당거미》 등의 작품으로 인기를 누렸으며, 80년대를 지나며 사회참여적 성격을 띤 《벽》을 비롯하여 《오! 한강》으로 만화의 소재와 주제의식을 확장시켰다. 사오정 시리즈를 유행시킨 아동용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는 애니메이션으로는 방송사상 최초로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이후 신문 연재를 통해 《사랑해》와 《타짜》를 발표하였으며, 현재 동아일보에 《식객》을 연재하고 있다. 

저자 소개 - 김세영
80년대 후반부터 작가 허영만의 ‘동반자’로 숱한 화제작을 만들어내었다. 그와 허영만이 함께한 《고독한 기타 맨》《카멜레온의 시》《미스터 Q》《사랑해》《타짜》 등은 한국 최고의 흥행 콤비가 만들어낸 히트작으로 꼽힌다. 특히, 1988년 당시만 해도 금기였던 이념 문제를 정면에서 다룬 《오! 한강》 만화 스토리를 집필하여 화제가 되었다. 

 

<본문 중에서>

 

우리가 나무를 사랑하는 건 나무가 우리에게 무엇을 주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나무를 사랑하는 건 그 나무가 그냥 그렇게 서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 태어났다. 엄마도 아팠고 나도 아팠다. 봄은 외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서 대지도 몹시 아팠다.

 

엄마가 오늘 먹은 것은 미역국이 아니다. 오늘 아빠가 먹은 것은 설렁탕이 아니다. 오는 내가 먹은 것은 우유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먹은 것은 태양의 은혜, 하늘의 젖이요, 대지의 젖이다.

 

평범한 이름이었으나 나는 섭섭하지 않았다. 그 이름을 빛나게 하는 것은 나의 몫이므로...

 

밤낮없이 우는 아이로 나는 하루아침에 우리 동네에서 스타가 되었다. 그러나 나를 탓해서는 안된다. 조금 현학적으로 말하자면 울음은 나의 직분이자 나의 표현양식다. 아니, 울음은 나의 삶 그 자체이다. 고통이 삶의 아름다운 증거이듯이...

 

아빠 닮았죠, 두상이? 아니 엄마 닮았네요. 코와 입술이 아니 이마가, 아니 눈빛이, 아니 발가락이... 당신들의 소견은 지극히 지엽적인  것에 불과하다. 나의 앞모습은 해를 닮았고 나의 뒷모습은 달을 닮았다. 나의 마음은 구름과 꽃, 나의 영혼은 바람과 풀잎을 닮았다.

 

그러나 나는 표절하고 싶다. 흘러가는 구름, 꽃의 웃음, 나비의 춤, 별들의 속삭임과 시냇물의 노랫소리. 나는 그런 것들을 표절 해보고 싶다.

 

"나는 어디서 왔어요? 엄마는 어디서 나를 주웠어요?" "너는 내 가슴속 소망으로 숨어 있었단다, 아가야."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