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인연, 피천득 수필집

2020. 1. 19. 23:26책읽기/책읽기_여러분야

소년 같은 진솔한 마음과 꽃같이 순수한 감성과 해탈자 같은 청결한 무욕의 수필. 그리움을 넘어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피천득의 미문(美文)은 언제, 어느 때 읽어도 동심의 고향이다. -샘터-

 

[본문 중에서]

- 순례 -

문학은 금싸라기를 고르듯이 선택된 생활 경험의 표현이다. 고도로 압축되어 있어 그 내용의 농도가 진하다. 짧은 시간에 우리는 시인이나 소설가의 눈을 통하여 인생의 다양한 면을 맛볼 수 있다. 마음의 안정을 읽지 않으면서 침통한 비극을 체험할 수도 있다. 문학은 작가의 인격을 반향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전을 통하여 숭고한 사람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나는 그들의 친구가 되어주지 못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나의 친구다. 같은 높은 생각을 가져볼 수도 있고 순진한 정서를 같이할 수도 있다. 외우(畏友) 치옹(痴翁)의 말같이 상실했던 자기의 본성을 되찾기도 한다. 고전을 읽는 그동안만이라도 저속한 현실에서 해탈되어 승화된 감정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