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에세이

2020. 4. 15. 23:29책읽기_1주1권/책읽기_여러분야

 

<내 생애 단 한번, 장영희>

 

영문학과 교수님이 권유하면서 저자의 부친 '장왕록 박사'에 대한 얘기도 들려주었다. 저자의 다른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그러나 내겐 당신이 있습니다>도 함께 빌려왔다.

 

저자는 평범한 일상의 체험 속에서 마주친 생명의 소중함, 사랑, 희망 등 삶의 소중한 가치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녀는 갓난아기 때 소아마비를 앓은 후 줄곧 목발에 의지해 살아가는 장애인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사회에서 차별 앞에 굴복하지 않고 홀로서기까지 처절하면서도 꿋꿋한 삶의 자세로 그녀 자신만의 세계를 강직하게 구축해왔다. 저자는 불행 속에도 삶의 가치와 희망을 발견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삶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주는 사고를 가지게 한다. 문학작품을 다루는 영문학 수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교육자로서 올곧은 교육 철학을 보여준다. 정의로움,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어떠한 상황에도 긍정적이고 당당한 저자의 진지한 삶의 자세를 통해 삶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성찰하게 한다.

 

<저자 소개>

장영희 1952년 서울생.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 대학 영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컬럼비아 대학에서 1년간 번역학을 공부했으며 서강대학교 영문과 교수였고, 번역가, 수필가,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중. 중. 고교 영어교과서 집필자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번역서로 <종이시계>, <햇볕 드는 방>, <톰 소여의 모험>, <이름 없는 너에게> 등이 있고 부친(장왕록 박사)과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칼렛>, <살아 있는 갈대>를 번역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현승의 시를 번역하여 '한국 문학 번역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에는 삶에 대한 진지함과 긍정적인 태도를 담은 수필집내 생애 단 한번(2000)으로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아버지인 장왕록 교수의 추모 10주기를 기리며 기념집 <그러나 사랑은 남는 것>을 엮어 내기도 했다. 2009년 암 투병하다 5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본문 중에서>

- 내가 업으로 삼고 있는 문학의 궁극적인 주제도 결국은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가'의 문제로 귀착되니, 내 삶의 주제는 단연 '사랑하기'가 될 것이다.

 

- '인생의 깊은 맛을 아는 청춘, 삶에 대한 모든 답을 가지고 초연하고 담담하게 회심의 미소를 짓는 청춘'- 어쩐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다. 삶에 대한 끝없는 물음표를 들고 방황하며 탐색하는 모습이 있어 아름다운 시기가 청춘이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이 공존하기 때문에 더욱 극적이고 신비스러운 시가가 청춘이기 때문이다.

- 젊은이들이여, 당당하고 열정적으로 짝사랑하라. 사람을 사랑하고, 신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진리를 사랑하고, 저 푸른 나무 저 높은 하늘을 사랑하고, 그대들이 몸담고 있는 일상을 열렬히 사랑하라.

- 눈앞에 보이는 보상에 연연하여, 남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을 버리는 사랑의 거지가 되지 말라.

 

- 가을은 이처럼 슬프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 어떤 화려하고 찬란한 색깔의 꽃이, 가을 들판에서 남몰래 피었다 지는 작은 들국화의 깊고 은은한 아름다움에 비길 수 있을까. 생명력 넘치는 짙푸른 신록이, 아무리 아름다운들 서서히 죽어 가는 잎들이 이루는 단풍의 신비한 색의 조화를 좇아갈 수 있을까. "죽음은 종말이 아니라 성숙의 결정이다"라는 키츠의 말처럼 성숙은 어차피 아픔과 죽음을 수반하게 마련 인지도 모른다.

 

- 가끔 누군가 내게 행한 일이 너무나 말도 안 되고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며칠 동안 가슴앓이하고 잠 못 자고 하다가도 문득 '만약 내가 그 사람 입장이었다면 나라도 그럴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면 꼭 이해하는 마음이 아니더라고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동정심이 생기는 것이다.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은 물고기와 싸우면서 노인이 되뇌는 말,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라는 말이다. 인간의 육체가 갖고 있는 시한적 생명은 쉽게 끝날 수 있지만 인간 영혼의 힘, 의지, 역경을 이겨내는 투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죽지 않고 지속되리라는 결의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말은 노인이 죽은 물고기를 지키기 위해 혼신을 다해 상어와 싸우며 하는 말, "희망을 갖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희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It is silly not to hope. It is sin.)"라는 말이다. 삶의 요소요소마다 위험과 불행은 잠복해 있게 마련인데, 이에 맞서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 불패의 정신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숭고하다.

 

- 나는 회색빛의 암울한 겨울을 견뎌 내고 고개 내미는 새싹에서 희망을 배운다. 찬란하게 빛나는 저 태양에서 삶에 대한 열정을 배운다. 화려한 꽃향기를 담은 바람에서 삶의 희열의 배운다.

 

- 누가 말했던가. 사랑받는 자는 용감하다고. 사랑받은 기억만으로도 용감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