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여행] 강릉으로 떠나오 (#여행기록)

2023. 10. 27. 22:56책쓰기_1년1권/2023_우리는 자기 인생의 여행자

 

 

강릉으로 떠나오

 

가슴이 설렌다. 진짜 내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어른의 인문여행이 시작됐다. 

 

일주일 전 <우리는 자기 인생의 여행자> 주제로 워크샵이 있었고, 이어서 오늘은 <강릉으로 떠나오_오늘 하루, 시인으로 살다> 강릉으로 떠난다. 다음 주엔 <제천으로 떠나오_오늘 하루 의병으로 살다> 제천 여행이 진행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숙제는 '포토에세이 읽기'와 '좋아하는 시집 가져오기'다. 오랜만에 동네 책방과 도서관을 찾아 나섰고, 평소와는 다르게 책상 위에는 시집으로 가득했다. 외출 할 때도 어김없이 백 속에 시집은 들어있었다. 

 

새벽 7시 지하철역 앞에서 웅성웅성 모여들었. 잠이 덜 깨었을까. 구출작전 수행하듯 표정은 꽤 단호하다. 버스에 탑승, 서울을 벗어나 새벽 미명을 가르고 장장 3시간 고속도로를 달렸다. 여기저기서 소곤소곤 눈을 붙일 수 없다. 주섬주섬 싸온 간식들이 틈틈히 의자 사이를 오간다.

 

잠시 후, 이 기회를 놓칠세라 미리 공지한 인문버스 독서 골든벨 퀴즈가 시작됐다. "허난설헌의 3가지 한은 무엇일까요?" "허씨네 다섯 문장가는 누구입니까?" "허난설헌이 두 자녀를 여의고 지었던 시 제목은?"... 상품은 점심때 옥수수 막걸리란다. 그래서일까 여기저기서 "정답정답" 외치며 손을 들이댄다. 꽤 치열하다. 복습까지 열심히 한 친구들이다.

 

 

마음으로 들어온 허난설헌

 

허난설헌 기념관과 생가에 도착했다. 조선시대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 작품 앞에서 사뭇 경이롭고 숙연한 분위기다. 그녀는 마음 깊이 끌어 올리는 통곡의 한을 시를 통해 풀어냈다. 작은 나라 조선에서 태어난 것, 남자가 아닌 여자로 태어난 것, 인품과 시재를 겸비한 지아비를 못 만났고 자녀에게 모성애를 베풀지 못한 것이 세 가지 한이라 했다.

 

감성적이면서도 시대정신이 녹아난 그녀의 시는 남존여비의 땅 조선, 모순된 사회에 대한 그녀의 절규이기도 했다. 규원(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원한)의 세 가지 한은 고부간 갈등, 남편과 불화, 두 자녀의 죽음이었다. 원만치 않은 결혼생활과 연이은 가정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시를 지어 달래며 자신의 한을 오롯이 표현한 것이다.

 

그녀는 여성에게 주어진 사회적 제한과 시대의 모순, 계속되는 불행에도 끊임없는 창작의 열망으로 열화와 같은 삶을 살았다. 시대를 초월한 천재 여류시인은 27세의 단명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당시엔 비운의 여인이었지만, 그녀의 상상력과 세계관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으로 우리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다.

 

 

나를 마주한 시간

 

마음에 들어온 허난설헌과 함께 오색찬연한 가을 속을 걸었다. 가을을 사진에 담느라 모두가 부산하다. 빨강 낙엽을 밟고 솔밭길을 산책하는 글친구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경포호숫가에서는 모두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인문서적 출판사와 테라로사가 만난 한길서가에 들어서니 커피향과 함께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책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채색 벽에 담쟁이 덩굴로 둘러싸인 아트 작품같은 카페 테라로사, 야외 테라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집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 혼자 차를 마시며 고요히 생각에 잠긴다. 

 

바다가 모래사장과 나란히 자리한 소나무 향이 그윽한 강릉해변 솔밭길을 걸었다. 송정해변 바닷가를 맨발로 사가사각 걸었다. 친구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모래사장 화폭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다. 철썩거리는 파도와 밀고 당기며 뛰어놀았다. 푸르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두 시인이 읊는 시는 구절구절 가슴을 파고들었다.  

 

귀갓길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천정 위로 우레와 같은 우박소리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서울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길바닥은 뽀송뽀송, 금방 꿈속을 거닐다 온 것만 같다. 아직도 마음은 바닷가를 맨발로 걷고 있다. 

 

때론 시인처럼 사색에 잠겨, 때론 소녀들처럼 하하호호... 오늘만은 시인이 되어, 오늘만은 동심으로 돌아가, 온몸과 맘으로 나를 마주한 시간이었다.

 


강릉 가는 길

 

허균. 허난설헌 기념관



난설헌 허 씨(蘭雪軒許氏, 1563~ 1589년)는 본명은 초희(楚姬). 조선 중기 대표 시인, 작가다. 이달(李達)에게 시와 학문을 배워 천재적인 시재(詩才)를 발휘했다. 아버지는 초당  허엽, 친오빠 허봉, 동생 교산 허균(홍길동전 저자), 이복 오빠 허성과 이복 언니 2명이 있다. 숙부뻘 어의 허준이 있다

1577년 (선조 10년) 김성립(金誠立)과 결혼했으나 결혼 생활은 원만하지 못했고 남편과 시댁과의 불화와 자녀의 죽음 등 연이은 불행을 겪으면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자신의 불행한 처지를 시작으로 달래어 섬세한 필치와 독특한 감상을 노래했으며, 애상적 시풍의 특유의 시 세계를 이룩했다. 

1608년(선조 41년) 남동생 허균(許筠, 홍길동전 저자)이 그녀의 문집을 명나라에서 출간함으로써 그녀의 명성이 점차 널리 알려졌다. 사후, 작품 일부를 동생 허균 명나라 시인인 주지번(朱之蕃)에게 주어 중국에서 시집 《난설헌집》(蘭雪軒集)이 간행되어 격찬을 받았고, 1711년 분다이야 지로(文台屋次郎)에 의해 일본에서도 간행, 애송되어 당대의 세계적인 여성 시인으로써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당대에는 고부갈등과 남편과의 불화 등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나, 사후 조선 후기에 이르러 그녀의 시들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게 되었다. 

 

 

허난설헌 생가터

허난설헌의 세가지 한
- 조선에서 태어난 것
- 여자로 태어난 것
- 김성립을 만난 것 

규원(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원한)의 세가지 한
- 고부간 갈등
- 남편과 불화
- 두 자녀의 죽음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 낙엽길.솔밭길 걷기

哭子곡자 (아들 딸 여의고서) /허난설헌

去年喪愛女 거년상애녀 今年喪愛子 금년상애자
지난해 귀여운 딸애 여의고 올해는 사랑스런 아들 잃다니
哀哀廣陵土 애애광능토 雙墳相對起 쌍분상대기
서러워라 서러워라 광릉땅이여 두 무덤 나란히 앞에 있구나
蕭蕭白楊風 소소백양풍 鬼火明松楸 귀화명송추
사시나무 가지엔 쓸쓸한 바람 도깨비불 무덤에 어리 비치네
紙錢招汝魄 지전소여백 玄酒奠汝丘 현주전여구
소지 올려 너희들 넋을 부르며 무덤에 냉수를 부어놓으니
應知弟兄魂 응지제형혼 夜夜相追遊 야야상추유
알고말고 너희 넋이야 밤마다 서로서로 얼려놀 테지
縱有腹中孩 종유복중해 安可冀長成 안가기장성
아무리 아해를 가졌다 한들 이 또한 잘 자라길 바라겠는가
浪吟黃臺詞 랑음황대사 血泣悲呑聲 혈읍비탄성
부질없이 황대사 읊조리면서 애끊는 피눈물에 목이 메인다
남동생 허균이 쓴 추모시

옥(玉)이 깨지고 별이 떨어지니 그대의 한평생 불행하였다.
하늘이 줄 때에는 재색을 넘치게 하였으면서도
어찌 그토록 가혹하게 벌주고, 속히 빼앗아 가는가?
거문고는 멀리 든 채 켜지도 못하고
좋은 음식 있어도 맛보지 못하였네
난설헌의 침실은 고독만이 넘치고
난초도 싹이 났건만 서리 맞아 꺾였네
하늘로 돌아가 편히 쉬기를
뜬 세상 한순간 왔던 것이 슬프기만 하다.
홀연히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가니 한 세월 오랫동안 머물지 못했구나
채련곡/허난설헌

추정장호벽옥류 秋淨長湖碧玉流 
해맑은 가을 호수 옥처럼 새파란데
하화심처계란주 荷花深處繫蘭舟 
연꽃 우거진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봉랑격수투련자 逢郞隔水投蓮子 
물 건너 님을 만나 연꽃 따 던지고
요피인지반일수 遙被人知半日羞 
행여나 뉘 봤을까 한나절 부끄러웠네

 

 

경포호수
- 호숫가 산책길 걷기

 

강릉솔밭길 강문해변 송정해변 안목해변
- 시 읽기, 솔밭길.해변 걷기  

 

 

독립서점 투어_ 한길서가
- 시집 읽고 이야기 나누기

 

카페 테라로사
- 차 마시며 사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