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전도] 설국으로 소풍 다녀왔습니다, 겨울 바다 하얀 설악

2023. 12. 20. 13:35신앙이야기/목요전도

 

손꼽아 기다렸어요. 오늘은 드디어 우리 목요전도팀 소풍날입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에도 겨울바다를 향해 떠난다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설레 잠을 다 설쳤네요. 새벽에 일어나 모자도 쓰고 스카프도 메고 꽃단장을 잽싸게 마치고 집을 나섭니다. 

 

오늘 소풍은 목요전도팀 6명이 승합차로 강원도 속초/고성 당일치기 여행입니다. 아침 8시 서울 출발, 양양고속도로→ 동해고속도로→ 속초 도착, 동해안 따라 북쪽으로 맛집과 카페, 명소를 들리며 20Km 거리 고성여행을 마치고 속초로 돌아와,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저녁 8시경 서울 도착, 12시간 빡빡한 일정입니다. 

 

점심으로 속초 홍게 맛집 <승진호>    동해를 따라 북쪽으로 → 바다전망 카페 <바다정원> → 고성 8경 <청간정> & <천학정> → <능파대>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속초로 내려와 <영랑호수> 산책 → 저녁으로 맛집 <키친온유>를 피날레로 속초/고성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2017년 개통된 서울과 속초·강릉을 잇는 서울양양고속도로, 자동차로 2시간 30분, 서울에서 강원도 일일여행이 가능해진 거죠. 대신 끝없이 이어지는 터널들, 총길이 11 km 국내 최장 터널 ‘인제양양터널’을 포함, 길고 짧은 터널을 63개나 지나야 합니다.

 

 

아침 일찍 교회에 모여 승합차에 오릅니다. 팀장님의 기도를 시작으로, 엄권사님은 귀뒤 멀미약까지 붙이고, 모두가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우리는 출발합니다. 오늘 사정이 생겨 못오신 권사님들로 평소엔 빵빵하던 승합차 좌석이 오늘따라 무척 썰렁하네요.    

 

드뎌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서울을 벗어나는 데 한참이 걸리군요.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화기애애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이야기 꽃은 화사하게 피어나네요. 이번 여행은 간식거리 바리바리 싸 오지 않고, 현지에서 맛난 거 먹으며 우아하게 여행하기로 했는데요, 팀장님과 회계님이 그 규칙을 어기고 말았습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ㅋ. 따끈한 커피와 화려한 과일들이 의자 사이를 수시로 드나드네요. 

 

 

터널을 몇 개나 지났을까요. 한참을 달리다 한 터널을 빠져 나오는데요, "야홋~! 눈이다~!" 며 갑자기 환호를 지릅니다. 갑자기 '설국'이 펼쳐진 겁니다. 하얀 설국에 입성하여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계~♪ '를 만끽합니다. 유명 소설 <설국>의 첫 명문장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가 떠오릅니다. 맞습니다. 딱 그 신비로운 설국입니다.

 

차 안에서 너무 호들갑을 떨었을까요, 샌스쟁이 우리 전도사님, 고속도로 길가 휴게 장소에 급히 차를 세웁니다. 차 밖으로 뛰쳐나와 하얀 눈으로 덮인 설국을 눈으로 마음으로 휴대폰으로 가득 담습니다. 

 

 

고속도로를  3시간 정도 달렸을까요. 드뎌 북양양 (설악산)으로 진입합니다. 눈 덮힌 하얀 설악산 봉우리들을 가까이 다가옵니다. 정말 예술작품입니다. 붓으로 그린 동양화 한 폭입니다. 승합차 안이 몹시 소란했을 터인데 우리 전도사님 교대 운전도 마다하시고 안전하게 운전하시느라 정말 애쓰셨습니다. 

 

 

속초항에 도착, '금강산도 식후경' 그 이름도 유명한 홍게집 <승진호>를 찾았습니다. 식당 테이블 위에 홍게도 홍게지만 비닐장갑과 가위가 담긴 커다란 대야까지 준비됐군요 ㅋ. 무한리필, 맘껏 먹으라는 신호입니다. 점원이 가위로 게살 발라내는 법까지 일일이 다 알려주네요. 갑자기 고요고요~ 꽤 심각한 분위기, 모두가 먹기에 집중합니다 ㅋ.

 

해산물 중에 특히 '게'라면 정신을 못 차리는데요, 등딱지를 떼어내고 몸통을 잘라 날씬한 다리를 드러내니 게 껍질에 크림 처럼 고소한 진국이 고였어요. 밥한술 넣고 비벼도 좋겠네요. 부드러운 게살이 입에서 살살 녹아내리는데요, 옆에 계신 팀장님, 어찌 그리 살만 쏙쏙 잘도 빼서 드시는지 ㅎㅎ.

 

우리 도대체 몇 접시를 먹었을까요. 대야에 껍질이 소복이 쌓인 만큼 많이 먹고 말았다 말입니다. 아무리 무한리필 이라지만 더 이상은 먹을 수 없어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게벌 말고 바닷속에서 사는 게만 해도 홍게, 대게, 꽃게, 털게... 종류도 많지만, 이 세상 태어나서 먹은 게 중에 가장 맛난 '홍게'였어요. 그 맛 절대 잊을 수 없습니다. 조만간 다시 찾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말입니다. 앞치마와 장갑도 꼈지만 손과 옷에서는 비린내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네요.  

 

 

푸짐한 홍게를 언제 먹었냐는 듯,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카페 '바다정원' 한켠에 우린 우아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바닷가 모래밭과 솔밭이 함께 있어서 더욱 운치가 있는데요, 카페 층층마다 다채로운 분위기가 특별합니다. 그렇게 먹고도 커피와 함께 하는 빵은 어찌 그리 맛나던지요. 또 탄수화물로 배를 잔뜩 채우고 말았다 말입니다. 

 

루프탑으로 오르니 또 다른 세상입니다. 비안개가 가득한 뻥뚫린 망망대해, 바라만 보아도 좋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찌 이리도 바다가 좋은지요.

 

 

고성은 우리 김권사님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지요. 지금부터는 원주민의 안내로 강원도 고성의 찐 여행이 시작됩니다. 강원도를 자주 찾았지만 이 쪽 바닷가는 처음입니다.

 

가장 먼저, 고성 8경 중 제4경으로 꼽히는 <청간정(淸澗亭)>을 찾았습니다. 설악산을 등지고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자에서 바다가 선사하는 바람과 풍경을 맞이합니다. 시라도 한 수 읊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해돋이 명소라고도 하지요. 정자에서 바라보는 동트는 바다,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이번엔 고성 8경 <천학정>으로 향하는데요, 가는 길 바다 경치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모래밭을 못 걷나 하며 아쉬운 찰나에, 모래사장이 나타난 겁니다.

 

맨발은 아니지만, 바다를 가까이 바라보며 우산 쓰고 유유자적 모래밭을 걷습니다. 거친 파도 물결 철썩이는 파도 소리... 내내 심금을 울리는군요. 근데 말입니다, 아니 글쎄 파도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도망갈 틈도 없이 냉큼 신발 안으로 들어오고 말았습니다. 발은 무지 차갑지만 마음만은 감동으로 따끈따끈합니다. 

 

 

고성 8경 <천학정>에 도착했습니다. 동해바다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천혜의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은 바로 그림이 되었습니다. 남쪽으로는 <청간정>과 <백도>를 마주 바라보고, 북쪽으로는 <능파대>가 가까이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청간정>에 이어 <천학정>의 일출 또한 가히 선경이라고 하더군요.

 

고즈넉한 정자에 올라 넘실대는 푸른 파도를 멍하니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우린 드넓은 동해의 풍취를 한껏 만끽했습니다. 

 

 

이번엔 <아야진항>으로 향합니다. 아야진항의 자그마한 하얀등대와 빨간등대도 참 예쁘네요. 진짜로 그림입니다. 교암해변 <능파대> 곰보바위는 어쩜 이렇게 구멍구멍마다 신기하게 생겼을까요.

 

권사님 어렸을 적 다녔던 초등학교도 지나며 어린 시절 추억도 잔잔하게 전해줍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고장에서 자라서 이렇게 미인일까요. 고성 원주민의 안내로 찐 여행을 하고 있는데요, 진짜로 고향 자랑 할 만하네요.

 

 

북쪽 <능파대>까지 갔다가, 다시 남쪽으로 속초를 대표하는 <영랑호>에 들러 호숫가를 분위기 잡고 걸었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우린 하염없이 걸었습니다. 바다 옆에 자리한 호수라서 그런지 호젓한 분위기가 압도적이네요. 호수 위 데크길에서 바라본 호수 너머 저 설악산 설경은 절경 중에 절경이군요. 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여행지 속초 파스타 맛집 <키친온유>입니다. 전도사님 단골집이라지요. 오늘은 비 오는 평일이라 운 좋게 줄 서지 않고 입성할 수 있습니다. 예약을 안받아서 많은 사람들이 긴 줄 서서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돌아서는 곳이라고 하네요. 아담한 크기의 아기자기한 실내 풍경이 이색적입니다.

 

'브라타 토마토 샐러드'가 화려하게 등장합니다. 이어서 김부각으로 장식된 '남해바다 전복 리조또', 맛도 모양도 정말 예술입니다. '치즈크림 파스타' 맛도 특별하네요. 부드러운 피자 한판까지, 행복한 바로 그 맛입니다. 종업원에게 살짝 물었더니 이탈리아가 아닌 한국에서 공부한 주인장이시라네요. 동서의 조합이 정말 최고입니다~! 꼭 다시 찾고 싶은 맛집 리스트에 올려두는데요, 우리 이래저래 속초를 또 와야만 한다니까요.


 

해는 어둑어둑... 아쉬움을 뒤로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발길을 돌려 서울을 향해 달리는데요, 어인 일인지 평소 그렇게 부산한 고속도로도, 그 많은 터널도, 오가는 자동차도 거의 없이 오늘 만은 빵빵 뚫렸습니다. 귀경길 마음들이 바빠서일까요, 휴게실도 들르지 않고 그냥 서울 향해 고고~ 합니다.

 

비 오는 겨울 바다, 하얀 눈 덮인 설악산, 환상의 설국 소풍,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 온전히 만끽했습니다. 은혜 가운데 안전하게 잘 마쳤습니다. 아름다운 전도사님과 사랑하는 신앙의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욱 감사하고 행복한 소풍날이었습니다. 오래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