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로마법 수업, 한동일

2020. 2. 12. 17:46책읽기/책읽기_여러분야

요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다.

주변 대학교 3월 개강일이 2주 연기되고

공적인 모임들은 미루어지고

사사로운 만남도 미루고 

대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모처럼 책 읽기에 마음을 쏟고 있다.

멀리 휴가 나온 기분이다.

 

얼마 전 저자의 <라틴어 수업>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법무대학원 <로마법 수업> 강의를 위해서 만든 강의록을 바탕으로, 로마법 가운데서 현재를 살아가는 생활인들이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 만한 부분을 추려서 만든 책이다. 역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고 따분할 수 있는 법에 관한 얘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거대한 역사 속에서 흐르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시대를 초월한 진리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인간의 속성은 무엇인가. 세상과 인간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아집과 편협된 시각은 무엇인가. 거대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나만의 방식으로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게 설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사람과의 소통과 상생을 꿈꾸며 살 수 있을까. 어떻게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

 

[서문 중에서]

로마법은 인류의 오랜 꿈과 이상을 명석하고 정확하게 기술한 문장들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의 소망과 기대를 구체적이고 또렷한 문장으로 현실화시키려 노력한 로마인들의 법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려 함이다. 이것은 조직과 사회생활의 압력 속에서 함부로 짓이겨지고 뭉뚱그려지고 구석으로 밀렸던 개개인의 자아와 인간적 소망을 복원하는 긴 여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로마법은 숱한 압력 속에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삶을 지탱하고 싶어 했고, 끝내 인간답게 사는 길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나의 아집과 편견을 넘어 너와의 소통과 상생을 꿈꾸었던 로마인들이 하나하나 쌍아 올렸던 돌탑과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