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청춘문화공간] 프로그램 수기공모전, 우리는 인생의 여행자_진짜 내 여행은 이제부터

2023. 11. 17. 22:47배우기_프로그램

 

우리는 인생의 여행자_진짜 내 여행은 이제부터

 

반가운 소식이 떴다. “여행인문자를 찾습니다. <2023 어른들의 CULTURE TRIP읽다.쓰다.걷다> 여행을 통해 지역의 인문 콘텐츠를 익히고, 문화를 체험하며, 친구들과 함께 사진에세이를 출판하는 과정입니다. 문화를 읽고, 나를 쓰고, 도시를 걸으며 세상과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눈이 번쩍 띄었다미리 공부하고 떠나는 인문여행을 통해 세상과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과 더불어 친구들과 함께 사진에세이 출판까지!

 

 

# 첫 만남, 인문여행을 위한 워크숍

: 미리 공부하고 떠나는 여행

 

깊어가는 가을 오후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스카이라운지에서 워크숍이 열렸다. 여행 떠나기 전 미리 공부하는 시간이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달랐다. 인문학과 여행을 사랑하는 중장년 친구들이 모였다건물 스카이라운지에 자리한 강의실, 통창으로 보이는 비안개 자욱한 테라스에서 서울풍경을 바라보자 마음은 벌써 들떠 있었다.

 

우리는 왜, 지금 여기에

 

워크숍은 우리는 자기 인생의 여행자주제로 진행됐다분위기는 진지했다역사와 지리, 문화, 인물까지 인문여행을 위해 치밀하게 공부했다.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불운의 천재 시인과 항일 의병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애달파하고 때론 주먹을 불끈 쥐며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세 시간의 워크숍이 눈 깜짝할 사이 지났다.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당장 여행지에 달려가고픈 욕구가 샘솟았다열망이 같아서였을까오랜만에 만난 낯익은 얼굴도, 처음 만나는 서먹한 얼굴도, 어느새 우린 모두 친구가 되었다.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땅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찾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 두 번째 만남, 로컬여행 1

: 강릉으로 떠나오_오늘 하루 시인으로 살다

 

새벽 7, 지하철역 앞에 참석자들이 모여들었다. 작전 수행하듯 표정들은 꽤 심각했다. 버스에 모두 탑승, 서울을 벗어나 새벽 미명을 가르고 3시간 고속도로를 달렸다

 

마음으로 들어온 허난설헌

 

허난설헌 기념관과 생가에 도착했다. 조선 시대 천재 여류시인 허난설헌 작품 앞에서 사뭇 경이롭고 숙연한 분위기였다. 그녀는 마음 깊이 끌어올리는 통곡의 한을 시를 통해 풀어냈다. 작은 나라 조선에서 태어난 것, 남자가 아닌 여자로 태어난 것, 인품과 시재를 겸비한 지아비를 못 만났고 자녀에게 모성애를 베풀지 못한 것이 세 가지 한이라 했다.

 

그녀의 시는 남존여비의 땅 조선, 모순된 사회에 대한 그녀의 절규이기도 했다. 남편과 불화와 고부간 갈등 두 자녀의 죽음 등 원만치 않은 결혼생활과 연이은 가정의 불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를 시로 달랬다.

 

시대를 초월한 천재 여류시인은 27세에 요절한 비운의 여인이었지만, 그녀의 상상력과 세계관은 시대를 초월한 감동으로 우리 마음에 오래 남을 것이다.

 

나를 마주한 시간

 

허난설헌을 만나고 오색 찬연한 가을 속을 걸었다. 빨강 낙엽을 밟으며 푸른 솔밭길, 경포호숫가를 걷는 친구들은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는 틈틈이 마음에 들어온 가을을 카메라에 담았다

 

출판사와 북 카페가 만난 한길서가에 들렀다. 그윽한 커피 향 속에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책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채색 벽의 담쟁이덩굴로 둘러싸인 북카페 테라로사야외 테라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를 읽고 생각을 나누었다. 저편에서 혼자 고요히 생각에 잠겼다.

 

소나무 향이 그윽한 강릉해변 솔밭길을 걸었다.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두 시인이 읊는 시 구절은 가슴을 파고들었다송정해변 바닷가를 맨발로 걸었다. 모래사장 화폭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 넣고 철썩거리는 파도와 밀고 당기며 뛰놀았다.

 

 

# 세 번째 만남, 로컬여행 2

: 제천으로 떠나오_오늘 하루 의병으로 살다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

 

지난주 다녀온 강릉 여행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 의병의 도시 제천으로 떠났다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자영영당, 숭의사, 성재고택, 의병전시관, 제천의병기념탑 차례로 둘러보았다. “우린 얼굴도 이름도 없이 오직 의병이오용감하게 싸우다 목숨을 다한 항일 의병들의 희생 앞에서 가슴은 내내 먹먹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 걸고 분연히 일어난 의병들의 애국심을 계승하기 위해 조성한 자영영당, 조선말 일제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전국 의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의병기념탑이 건립되었다. 의병들의 희생정신에 머리를 숙였고 불굴의 의병이 되어 분노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의림지 호숫가 산책

 

제천의림지는 삼한 시대에 축조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다. 주변으로 호수와 어우러진 노송이 장관을 이뤘다. 1807년에 세운 영호정1948년에 세운 경호루가 운치를 더했다.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자연폭포 등이 어우러져 풍치를 더하고 있다

 

자유시간,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졌다제천의병의 주요 인물들이 전황과 정사를 논했다는 영호정을 지나 호숫가에 늘어진 노송을 바라보며 의림지 소나무숲길을 찬찬히 걸었다.

 

# 우리는 인생의 여행자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인문여행을 다녀왔다. 미리 공부하고 떠나는 진짜 여행법을 배운 것이다. 깊이 느끼고 사유하는 여행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었다. 인문여행자로서 나이만 들지 않고 성장하는 삶,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삶을 위한 인생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이번 인문여행은 그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인문과 여가 문화 향유를 통해 나를 돌아볼 기회를 선사했다. 삶의 활력을 찾게 해주었고 활기찬 제2의 인생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여행지에서 담은 사진들 위로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을 주섬주섬 담았다. 제목도 붙여보았다. 지웠다 다시 쓰기를 수 번, 어설픈 포토에세이가 완성됐다. 친구들과 함께 만든 포토에세이 출판회가 기다려진다.

 

우리는 인생의 여행자,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땅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 시간, 2의 인생을 위한 진짜 내 여행은 이미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