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여행] 제천으로 떠나오 (#여행기록)

2023. 11. 11. 22:33책쓰기/'23_우리는 자기 인생의 여행자

 

의병의 도시 제천

 

지난주 다녀온 강릉 여행의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에 우린 제천으로 여행을 떠났다.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11월 첫 주 토요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 꾸불꾸불 얼마나 달려왔을까. 의병의 도시 제천에 드디어 도착했다.

자영영당, 숭의사, 성재고택, 의병전시관, 제천의병기념탑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차례로 둘러보았다. 용감하게 싸우다 목숨을 다한 항일 의병들의 희생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분노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가슴은 내내 먹먹했다. 

 

제천에 자리한 구한말 의병의 창의지 자영영당에 도착했다. 숭고한 선비의 정신이 깃든 자양영당은 의암 유인석 의병대장을 중심으로 지방 유생과 농민이 외세의 침입에 항거하여 구국의 가치를 높인 호좌의병항쟁의 발상지다. 이곳은 의병봉기의 정당성을 천명함으로써 훗날 해외항일독립운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였던 을미의병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 걸고 분연히 일어난 구국의 일념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한 자영영당에는 조선말 일제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다 전사한 전국 의병들을 추모하기 위한 숭의사를 비롯해 의병기념탑이 건립되었다.

 

 

 

제천 의림지 산책

 

제천 의림지는 삼한 시대에 축조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다. 의림지 주변으로 호수와 어우러진 노송이 장관을 이룬다. 1807년(순조 7)에 세운 영호정과 1948년에 세운 경호루가 운치를 더하고 있다. 수백 년을 자란 소나무와 수양버들, 30m의 자연폭포 등이 어우러져 풍치를 더하고 있다. 

 

의림지를 산책하는 자유시간, 혼자서 또는 삼삼오오 뿔뿔이 흩어졌다. 제천의병의 주요 인물들이 전황과 정사를 논했다는 영호정을 지나 호숫가에 늘어진 동양화 한 폭이 된 의림지 소나무숲길을 걸었다.

 

 

 

옛날로 여행 

 

친구들과 의림지 가는 길, 공원에 설치된 해먹에 편하게 몸을 맡기고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만끽했다. 하늘과 땅, 모든 세상이 다 내 세상처럼 느껴졌다. 눈을 감고 스르르 잠이 올 것 같다.

 

의림지 호수 위에서는 동심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오리배도 타보았다. 어린 자녀들과 오리배 타러 다닌 기억은 있으나, 우리 모두 내가 오리 배를 탄 기억은 신기하게도 없었다. 오리배를 타보기로 의기투합, 페달을 힘껏 밟으며 우리는 옛날로 여행을 떠났다. 정한 목적지도 없이 호수 한가운데 떠있는 무인도를 배회하고 호수면에 늘어진 노송 가지 사이를 드나들며 신선처럼 노닐었다. 어느덧 약속된 30분이 훌쩍 지났다.

 

 

 

제천중앙시장에 들렀다. 매운 어묵집 앞에 긴 줄이 서있다. 기어코 비닐봉지 안에 뜨거운 국물까지 담고, 시장바닥을 거닐며 종이컵으로 국물을 퍼서 훌쩍훌쩍 마시고 말았다. 오가는 사람들이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난 맛이었다. 정작 저녁 칼국수 집에선 몽땅 남기고 말았다. 

 

오늘만은 불굴의 의병이 되어 분노에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의병들의 희생정신에 머리를 숙였다. 때론 친구들과 옛날로 돌아가 옛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 위로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을 주섬주섬 담았다. 제목도 붙여보았다. 지웠다 다시 쓰기를 수 번, 어설픈 포토에세이가 완성됐다.

 

 

진정한 여행이란

 

우리는 자기 인생의 여행자라고 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인문여행법에 대해서 함께 공부했다. 인문여행을 통해서 '진정한 여행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미리 공부하고 떠나는 진짜 여행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관광이 아닌 미리 공부하여 깊이 느끼고 사유하는 여행 말이다.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더 나아가 인문여행자로서 나이만 들지 않고 성장하는 삶, 일상이 더욱 풍요로워지는 삶에 대한 인생공부를 한 셈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땅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 시간, 진짜 내 여행은 이미 시작됐다.

 


 

자영영당

 

의병전시관

 

 

제천 의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