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여행] 강릉으로 떠나오 (#단상모음)

2023. 10. 29. 21:13책쓰기_1년1권/2023_우리는 자기 인생의 여행자

 

생기와 활기가

 

엄마를 하늘 나라에 보내드리고

세상과 연결을 뚝 끊은 채

두문불출 문을 꼭꼭 걸고 있었다.

 

갑자기 *불꽃애기씨와 **함안땍 콜이다.

그간 한참을 못 만났다.

어인 일일까. 갑자기 두 눈이 버쩍 뜨인다. 

어느새 생기와 활기가 물 밀듯 밀려온다. 

 

그런데, 시인으로 하루 살기? 포토에세이? 

작가와 기자에 이어 이번엔 시인과 포토에세이스트라고?

하지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오케이 사인을 보낸다. 

 

(주)스타트폴리오 *권우실대표와 **정태욱부대표 별명

 

 

 

맞아 강릉 간다고 했지?

 

강릉 간다는 생각에 요 며칠 잠을 설친다.

인터넷 장보기 대신 문밖으로 나가 복작거리는 장에 가고 싶다.

싱싱한 과일과 신선한 먹거리를 눈으로 사고 싶다.

어제 주문 도착한 수레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온다.

 

살아 꿈틀거리는 생게를 잽싸게 잡아 봉투에 담는다.

바알간 사과를 요리조리 골라 담는다.

토실토실한 밤도 한개 두개 주워 담는다. 

수레는 각양각색 음식재료로 금새 가득 찬다.

 

텅텅 빈 냉장고에 음식재료들로 가득 채운다.

찌고 삼고 볶고... 모처럼 주방이 요란하다. 

따끈한 밥도 짓고 어려운 잡채까지 만들고 향기나는 나물도 만든다.

그냥 보내버렸던 추석명절이 이제야 찾아온 듯 하다.

 

생게를 손질하다 필사적으로 달겨든 생게 다리에 그만 손가락을 물리고 만다.

화들짝 놀라 상처 난 손가락을 밴드로 응급처치한다.

주저없이 바로 엄마표 간장 양념으로 생게를 조린다.

금새 고소한 내음이 집안에 가득 퍼진다.

살짝 간을 본다. 바로 이맛, 엄마 맛이야.

 

근사한 저녁상이 채려졌다.

내일 싸줄 도시락 반찬도 마련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상황파악이 끝난 먹보 남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맞아 강릉 간다고 했지?"

 

 

 

엄마에게 가오

 

인문여행 '강릉으로 떠나오_하루 시인으로 살기'

'포토에세이 읽기'와 '좋아하는 시집 가져오기'가 숙제다.

집에 읽을만한 시집이 한 권도 없다.

어려운 시집만 가득하다.

 

동네 아지트 책방을 오랜만에 찾아 나섰다.

좋아하는 기다란 원목 테이블이 한눈에 들어온다.

책 읽는 사람들이 빙 둘러앉아있다.

얼렁 앉아서 책을 읽어야만 할 것 같다.

 

시집 서가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서가 앞에서 뒤적뒤적 한참을 서성인다.

아니야  '시'는 아니야. 나는 아니야. 

너무 어렵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시'만은 자신 없다.

 

발길을 돌리는데, 

'사랑하는 나의 엄마에게' 책 제목이 눈길을 끈다.

피천득, 이청준, 정채봉, 이해인...

수십 명의 작가가 함께 낸 짧은 편지 시집이다.

 

그들 마음에 담긴 '나의 엄마'는 어떤 모습일까.

긴 테이블 한켠에 자리를 틀었다.

우리의 엄마들을 한눈에 읽어내린다.

다시 가슴이 울먹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바다

그리운 바닷가 오랜만에 찾았네요.
맘이 동할 때면 죽이 맞을 때면 
KTX 타고 에코백 메고 종종 오는 곳입니다.

저 푸른 바다를 향해

신발 벗어던지고 맨발로 뛰어갑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반갑다 환호하며 밀물되어 달려옵니다.

 

두 팔 벌려 뜨겁게 포옹합니다.
그간 우리 얼마나 그리웠는데요.

 

파도와 나란히 다정하게 걷습니다.

바다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눕니다.

바닷가를 맨발로 차박차박 걷습니다.
모래밭을 사각사각 하염없이 걷습니다

파도가 다가오면 도망가고
파도가 도망가면 다가가고

파도소리에 장단 맞추어 뛰어 놉니다

어느덧 주변은 고요고요

얼마나 지났을까요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놀았나 봐요

 

벌써 아쉬운 작별의 시간  

울부짖는 파도만 남겨둔 채

무거운 발걸음 처벅처벅 

 

바다야 바다야

손 흔들며 서둘러 돌아나옵니다.

만남이 있으면 언젠간 헤어짐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