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아이쿠야 (e-book), 김원중 교수

2019. 11. 23. 23:53책읽기_1주1권/책읽기_부모되기

김원중 교수의 '닫았다 열까, 열었다 닫을까'에 이어서 '아이쿠야'를 읽었다. 많이 기다렸던 책이다. 만사 제쳐두고 주말 집중해서 읽었다. 저자는 다양한 사람들의 행동이나 글, 말을 보고 듣다가 의아하거나 놀라거나 탄식했던 경험을 기록했다. '그렇구나! 생활 속의 심리상담'와 '아이쿠야! 교육문제' 부분은 교육학자, 상담가로서 실제의 경험을 이론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심리, 자녀교육, 인간관계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흥미롭다. 부모로서,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사회 일원으로, 그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대학생, 교사는 물론 부모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돌아보니 평소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치 않은 것 같다. 사회초년생 시절 무뚝뚝한 태도에서 점점 타인에 대해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으로 변해갔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열등감의 발로였을까. 직업과 직급이 바뀔 때마다 다소의 차이는 있었지만, 오버(over, 오지랖?)는 여전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타인과 관계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가까운 가족에 대해서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할 때가 많았는데 나의 감정을 가족들에게 이성적으로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근래 관심 키워드는 예민, 과민, 둔감이다. 한때는 별명이 곰이었다. 예민하지 못해 눈치가 없고 상황판단에 미숙했다. 인간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근래들어 무심했던 나를 돌아보며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가족들은 살피고, 타인에 대한 지나친 친절은 거두어가다보니 사람과 관계가 한결 단순해지고 편해졌다. 이 책을 통해서 정리가 된셈이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둔감의 지혜가 필요한 것 같다. 나 아닌 남의 일에 과도한 참견, 통제, 간섭은 내려놓으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너는 너, 나는 나라는 의식 전환이 필요함을 절감한다.

 

본문중에서 마음에 깊게 와 닿았던 부분들이다.

 

반동 형성이란 제 실제 속마음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이 지나치게 오버(over) 일 경우, 그의 속마음에는 언행과 정반대의 욕구가 있다. 그렇다는 걸 자신도 모른다. 남에게 지나치게 친절한 사람은 실은 속에 타인에 대한 증오가 있을 수 있고, 늘 폼을 심하게 잡는 사람은 열등감에 사로잡혀있기 쉬우며, 거짓말을 혐오한다며 정직을 큰소리로 외치는 사람은 실은 남을 속이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감정에 충실하라.’는 말은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라는 거다. 어떤 감정이든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잘못도 아니다. 내가 속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잘못은 자신의 유치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여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혹은 본심을 숨기면서 엉뚱한 짓을 할 때 일어난다. 치사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솔직하게 유치해지자. 내 마음이 이렇게 유치하다는 것을 내가 먼저 인정하고, 그런 감정을 행동이 아닌 말로 상대방에게 전달하자. 폭언이나 비아냥 같은 비뚤어진 방식이 아니라 나는 사실 요즘 너 때문에 좀 불안해.”, “네가 그렇게 말할 때마다 나는 화가 나”, “역시 내기는 이겨야 돼. 지니까 기분 영 안 좋네.” 같이 정직하게 표현하자. 솔직한 당신을 상대방은 이해함은 물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은 모두 숨기기에 급급했던 은밀한 속마음을 먼저 내보인 용기 있는 사람이니까.

 

최근 관심 키워드, 예민, 과민, 둔감에 관한 내용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예민함이란 자신의 내면은 물론 상대방의 처지와 마음속 깊은 곳까지 헤아릴 수 있는 능력이다. 이 능력이 높은 사람은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 조화를 맞출 수 있다고 한다. 행복한 부부는 서로에게 매우 예민한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부부 상호 간에는 아주 예민하여 상대방의 얼굴에 잠깐 스쳐 간 표정이나 지나치듯 건넨 한마디 말을 통하여 상대방의 기분을 정확하게 이해한다. 상대방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냈을 때도, 단지 겉으로 표현된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그리 하게 된 원인과 동기, 즉 상대방의 고통, 슬픔, 아픔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심리적 불건강을 의미한다.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보이는 예민함은 실은 예민함이 아니라 과민함인 경우가 많다. 그들의 판단은 객관적이지 못하여 엉뚱한 오해이기 쉽다. 함께 이야기하다가 상대방이 갑자기 웃을 때 ‘내 얘기가 말 같지 않다는 거냐’고 반응하는 것은 열등감이 심해 상대방의 의도를 왜곡하여 지각하는 예이다.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은 타인의 자신에 대한 평가와 태도에 지나치게 민감하다.

예민함이란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따뜻한 눈길로 상대방을 주의 깊게 살펴봐 주는 것이고, 과민함은 겁에 질린 사람이 누가 나를 비난하거나 흉볼까 봐 끊임없이 주위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둔감한 사람은 대체로 친구가 많다. 왜 그럴까? 남의 말을 곧이곧대로 잘 믿기 때문에 친구들이 그 사람을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민함은 일종의 능력이다. 예민하게 남의 마음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능력을 한 개 더 갖고 있는 셈이다. 둔감한 사람은 남을 살뜰하게 보살피지는 못하지만 날카로운 아픔을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민감성을 높이려 노력하는 동시에 그 능력을 나와 남을 위해 사용하려는 따뜻한 마음도 동시에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다음은 CBS 경남방송국 ‘경남사랑 캠페인’에서 방송된 내용이다. 저자의 짧은 글이지만 자녀교육에 대한 내용이 함축되어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부모로서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녀는 짐입니다>

경남대 김원중 교수입니다.

TV에 나오는 예쁜 연예인 엄마들은 하나같이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아기는 자신의 기쁨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엄마들에게 아기는 정말 기쁨일까요? 심리학자 위니캇은 잘라 말합니다. ‘아이들은 짐이다. 만약 아이들이 부모에게 기쁨을 준다면 그것은 부모가 그 짐을 지기로 결심하고, 그것을 짐이 아니라 아기라 부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좋은 엄마는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아기 때문에 힘들어하면서도 나름대로 노력하는 보통의 엄마라고 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귀찮고 미울 때가 많습니다. 스스로를 용서할 줄 알아야 더 좋은 엄마가 됩니다.

 

<지나친 조기교육은 자녀를 망칩니다>

경남대 김원중 교수입니다.

요즘 조기교육이 성행합니다. 입학 전에 한글을 깨쳐야 한다고 유치원에서 미리 가르치고, 걸음마도 배우기 전에 영어, 수학을 가르치는 부모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부모들은 경쟁 사회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시간적 여유가 많은 유아기부터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한 생각입니다. 지나친 조기교육을 받은 유아들은 초독서증(超讀書症)이라는 증상을 앓게 되는데 글자는 알아도 뜻을 모르는, 마치 앵무새처럼 된다는 것이지요. 유아들은 그냥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게 아닙니다. 어린 시절의 놀이는 인성 형성에 필수적이며 그것은 그 후 수십 년의 공부보다 더 중요합니다.

 

<자녀를 날려 보내 줍시다>

경남대 김원중 교수입니다.

청소년기를 심리적 이유기라고 합니다. 첫 돌 때 육체적으로 젖을 떼듯이, 청소년기에는 정신적으로 젖을 떼야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때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청소년 자신뿐 아니라 부모님도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청소년기를 맞이한 자녀를 보면서 부모는 대견함과 함께 불안감을 느끼기 마련입니다. 불안감이 지나친 부모는 어린 새를 무작정 둥지에 잡아놓음으로써 날개를 상하게 하는 어리석은 어미 새와 같습니다. 현명한 부모란 자신의 불안감을 스스로 극복하고 자녀를 그들의 세계로 날려 보내주는 사람입니다.

 

<자녀에게 필요 없는 부모가 됩시다>

경남대 김원중 교수입니다.

주위에는 자녀가 다 커도 놓아주지 않으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것은 마치 다 큰 새끼를 주머니 속에서 꺼내 주지 않으려는 어미 캥거루와 같습니다. 그래서는 결국 어미와 새끼가 모두 죽고 맙니다. 부모 됨의 궁극적 목표는 '자녀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은 곧 홀로 설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유아기와 아동기에는 무한한 사랑으로 세상에 뿌리를 내리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면, 청소년기부터는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어야 합니다.

 

<진실함과 현명함>

경남대 김원중 교수입니다.

무릇 모든 사랑에는 진실함과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그 두 가지가 모두 갖추어졌을 때만 사랑은 비로소 빛을 발합니다. 현명함이 결여된 진실함은 눈먼 기관차요, 진실함이 없는 현명함은 바람둥이의 기술일 뿐입니다. 연인 간, 친구 간, 부부간, 부모- 자녀 간 등 모든 소중한 인간관계에는 그 두 가지가 다 필요합니다만, 특히 부모가 자녀를 대할 때는 현명함이 더욱 요청됩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대개가 무조건적이어서 양은 차고 넘치지만 방향이 잘 못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입니다. 현명함이란 상대방을 조정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바람직한 인간관계에 대한 지식과 지혜 그리고 실천의지입니다. 자녀도 타인이라는 자세로 자녀에게 혼자 설 수 있는 기회와 여유를 주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현명함의 기본입니다.


다음은 저자가 소개한 심리학자들이다.

 

매슬로우(Maslow)라는 심리학자는 창조적 업적과 인격적 성숙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룬 세계적 위인들의 삶을 분석하여 그들의 인간관계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자아실현인들은 공통적으로,

1. 가족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애정, 타인에 대한 깊은 우정과 사랑, 동료애를 갖고 있다. 하지만 대인관계의 폭이 꼭 넓지는 않아, 어떤 자아실현인은 교제의 범위가 좁고 가까이하는 사람도 매우 적다. 이들의 인간관계는 남들의 인정과 애정을 받고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애정 결핍으로 괴로워하거나 시기와 질투를 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이들의 관심과 사랑은 자신과 타인의 성장과 발달을 함께 생각하고 추구하는 것으로, 시간이 갈수록 재미와 기쁨, 즐거움과 웃음, 위로와 지지를 나누는 관계로 발전하였다.

2. 사회계층이나 교육 수준,, 정치적 의견, 학연과 지연, 인종과 피부색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사람에게 관대하며 차별 없이 수용하는, 참된 의미의 민주적 성격구조를 갖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듣고 배우려는 태도를 보인다. 학문 수준이 매우 높았던 어떤 자아실현인은 자신이 갖지 못한 기술과 지식을 갖고 있는 노동자와 목수도 진정으로 존중하고 존경하였다.

3. 고독한 존재로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 대해, 현실적 조건 속에서 때로 즐거워하고 때로 고통받는 전 인류에 대해, 같은 운명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공감과 애정을 느낀다. 즉 만인에 대한 인류애와 형제애를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잔인한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 조차 적개심과 공격성을 보이기보다 이해와 용서를 하는 넓은 마음의 바탕이 된다.

 

펄스(Perls)라는 심리학자의 조언을 소개한다. ‘‘게슈탈트 기도문’이다. 자신이 인간관계에 지나치게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까이 붙여두고 암송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게슈탈트 기도문>

나는 나의 일을 할 것이다.

너는 너의 일을 하라.

내 삶은 너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너 역시 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너는 너, 나는 나.

우연히 우리의 마음이 서로 맞는다면 참 아름다울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