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1. 10. 20:30ㆍ책읽기/책읽기_여러분야
저자의 '글의 품격'에 이어서 '말의 품격'을 읽었다. 말과 사람에 대한 품격에 관한 내용이다. 주제별 고전에서 찾은 사자성어를 이용하여 단순. 명확하게 생각을 말한다. 역시 술술 읽힌다. 머릿속에 흩어졌던 '품격'에 대한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종종 다시 들추어볼 것 같다. 잊어버릴 만할 때 다시 꺼내어 읽어도 좋겠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1. 이청득심 以聽得心 :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존중, 경청, 공감, 반응, 협상, 겸상
게오르크 헤겔은 '마음의 문을 여는 손잡이는 바깥쪽이 아닌 안쪽에 있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마음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만 한다. 경청은 대화 도중 상대방의 말을 가만히 청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인 다음 적절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남의 아픔에 공감하고 내 행동과 말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공감과 무공감, 사유와 무사유 사이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틈틈이 내면의 민낯을 성찰해야 한다..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상황에 맞게 리액션을 주고받으면서 반응을 끌어내고, 그 반응이 솟아난 공간을 헤집고 들어가 서로 마음을 탐험하고 헤아릴 필요가 있다.
갈등과 다툼질 앞에서 서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그 사실을 업신여기지 않을 때 오해의 가능성은 줄어든다.
언젠가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하며 전화를 끊는 상대가 있다면 당장 전화기를 들어 다시 약속을 잡아 보는 건 어떨까. 혹시 아는가. 식사 자리가 단순히 끼니를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2. 과언무환 寡言無患 :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침묵, 간결, 긍정, 둔감, 시선, 뒷말
때로는 말도 쉼, 침묵이 필요하다.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바캉스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며, 진정한 쉼은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사람의 진심과 속마음은 간결한 표현에 묻어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생각과 느낌을 말 속에 짜임새 있게 담아서 전달할 수만 있다면, 굳이 말의 분량과 길이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긍정, 내 말과 글과 숨결이 나간 흔적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분하지 못한 채 사는 것 아닌지를,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둔감력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곰처럼 둔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본인이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둔감력은 무신경이 아닌 복원력에 가깝다. 둔감력은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이다.
역지사지, 눈높이 교육, 입장을 한 번 바꾸놓고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역지사지는 소통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잠시 벗어나 상대방이 처한 공간과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가서 조금 다른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봐야한다.
뒷말은 다시 내게 돌아 돈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서슴지 않는 사람은 창찬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뒷담화는 화살처럼 무서운 속도로 사람의 입을 옮겨 다니다가 언젠가 표적을 바꿔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 혀, 가슴을 향해 맹렬히 돌진한다.
3. 언위심성 言爲心聲 : 말은 마음의 소리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인향, 언행, 본질, 표현, 관계, 소음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그리고 끝내 만 사람의 입으로 옮겨진다.
행동은 말을 증명하는 수단이면 말은 행동과 부합할 때 비로서 온기를 얻는다. 한번쯤은 고민해야 한다. 입 밖으로 꺼낸 말과 실제 행동 사이의 거리가 이 시간 그 어떨 거리보다 아득하게 멀지는 않은지.
본성과 본질, 진심 같은 것은 다른 것과 잘 뒤섞이지 않는다. 쉽게 으깨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진실한 것은 세월의 풍화와 침식을 견뎌낸다.
말에는 비법은 없다. 평법한 방법만 존재할 분이다. 그저 소중한 사람과 나눈 대화를 차분히 복귀하고 자신의 말이 그려낸 궤적을 틈틈이 점검하는 것,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삶에 대한 의지를 내려놓지 않고 세상을 낙관적인 태도로 바라볼 때 허허로운 일상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인생은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일이다. 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크고 작은 돌을 내려놓고 그것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인생과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다.
소리는 고막을 두드리며 몸으로 스며든다. 하지만 소음은 고막을 찌른다. 가끔은 내 입술을 뚫고 나오는 목소리가 말 그대로 소리인지, 소음인지 찬찬히 되짚어 봄직하다.
4. 대언담담 大言담담 : 큰말은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
전환, 지적, 질문, 앞날, 연결, 광장
용기에 바탕을 둔 진솔한 뉘우침이야말로 상대방의 움직이는 유일한 해결책이며 갈등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소통도구다. 사과는 갈등과 갈등 사이에 유연함을 스며들게 한다. 사과는 틀어진 관계를 복원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상대를 향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멋지게 져줄 필요가 있다.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질과 진실을 본인이 뒤락 펴락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자신의 존재 가치와 능력이 편균치를 웃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자기고양 오류'가 있다. 착한 독설은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말속에 배어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도를 꿰뚫어 본다는 건 대단한 경쟁력이다. 인간관계에 능한 사람들은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있다. 사람이라는 하나의 우주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질문을 주고받을 필요가 있다. 질문은 상대에게 사물과 현상의 본질과 진실을 물어본다는 뜻이다. 명령이 한쪽의 생각을 다른 한쪽에 흘려보내는 치우침의 언어라면, 질문은 한쪽의 생각이 다른 쪽에 번지고 스며드는 물듦의 언어다. 질문형식의 대화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중받는 느낌이 들게 한다.. 가르친다는 영어 'educate'는 밖으로 끌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모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생각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잠재적 능력을 발현하도록 밖에서 돕는 게 진짜 가르침이다.
일상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처음부터 전속력으로 내달려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다음 코스를 내다보듯 남보다 긴 호흡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유형의 사람은 지난 시절에 연연하지 않는다. 명심보감, 미래를 알고 싶으면 먼저 지난 일을 돌아봐야 한다.. 때로는 과거라는 사슬에 묶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과거는 벽이 되기도 하고 길이 되기도 한다.
포용은 대인 관계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인지도 모른다. 포용은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인다 는 의미다. 인간의 사교 유형은 어떤 대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측정하는 '굳은 사고 체계'와, 상대를 유연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부드러운 사고 체계'로 분류한다.
서구의 근대는 울타리로 경계를 짓으면서 시작됐다. 산업혁명의 발원지 영국에서 18세기부터 농작물 생간과 공장 건림을 위해 공유지에 장벽을 쌓는 사례가 급증했다.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하고 융합하는 공간, 광장이 사라리면서 개인의 영역을 침범해선 안 되는 프라이버시 개념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중국 송나래 통감절요에서 바다가 바다일 수 있는 이유은 단순이 넓고 깊어서가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끌어당겨 제 품속에 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감정은 따스한 햇볕 아래 서 있을 떄 삶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니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삶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이 책을 통해서 나를 다시 돌아본다.
1.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배려와 존중, 공감이 필요하다. 나와 타인이 다르다는 것을 먼저 인식하고 그대로 인정해주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는 것은 비워내는 것이라고 한다. 디자인에서도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있다. 주절주절 늘어놓는 말보다는 내 진심과 속마음을 다해서 담아내는 말이 중요하다.
2. 둔감력은 삶의 원동력, 좌절감을 극복하는 마음의 근력 또는 힘이 된다. 나에게는 일희일비하지 않는 둔감력이 절실이 필요하다. 이젠 오지랖을 거둬들일 필요가 있다.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라고 얘기한다. 타인의 생각, 말, 감정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나만의 신념과 철학을 말하고 행동하라고. 유연하게 대처하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 어렵다. 내가 상대방이 되어 그가 속한 공간과 시간 속으로 걸어가자. 나와 같은 생각, 상황이라고 짐작하지 말고.
3. 뒷말을 한다는 것은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때 타인을 깎아내리는 언행을 한다고 한다. 모든 밖으로 향하는 힘은 귀소본능을 가지 있다고 한다.
4. 삶에 대한 태도가 낙관적일때 긍정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 낙관적인 삶의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생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쌓는 것이고 작은 오해와 인연을 맺거나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진솔한 뉘우침은 갈등과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강력한 소통도구다. 사과는 틀어진 관계를 복원한다. 사과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방법이다. 어쭙잖은 자존심이 사과를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임을 안다.
5. 편견으로 인해 상대,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의 입장과 감정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대로 상대를 가르치고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했다. 당연한 것, 해야 할 일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우리는 스스로 상대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타인의 허물을 지적하고 훈계하고 불평하고 핀잔을 준다고 한다. 착한 독설도 가끔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뒷전에 두고 말이다.
6.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려면 질문이라는 기재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은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고 잠재능력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늘 질문에 서툴다. 상대가 나와 같다고 쉽게 짐작한 결과가 아닐까.
7. 지난 시절에 연연해하지 않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과거의 사슬에 묶여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을 성찰해본다. 나도 누군가에게 친밀한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친구, 의리를 지키며 서로의 잘못을 바로 잡아주는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8.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울타리 밖으로,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 이를 통해 갈등을 넘어서서 진정으로 타인을 포용해야 한다. 자기만의 울타리 안에서 편견과 오만으로 똘똘 뭉쳐있는 내 모습은 아닌지 돌아본다. 모든 강물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더욱 넓어지는 바다처럼 포용과 사랑으로 주변 사람들을 품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어서 저자의 '한 때 소중했던 것들' 을 읽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