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일상] 도서관 창가에 해바라기가 방실방실

2022. 8. 7. 00:02일하기/도서관사서

출근길 비내리는 경춘선숲길

 

아침부터 비가 내리네요. 조금은 선선해진 날씨에 비 안개 속을 우산쓰고 걸어 출근합니다. 오늘도 좋아하는 경춘선 숲길을 걸어가지요.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걸으면 기분이 꽤 근사하잖아요. 게다가 기찻길은 언제 걸어도 참 좋습니다. 죽 걸어가면 금방이라도 미지의 세계, 새로운 세계가 나올 것만 같아서요.

 

경춘선숲길 빗방울에 방실방실 춤추고 있는 수국

 

우산쓰고 이곳저곳을 살피며 여유만만 걷습니다. 수국이 흔들흔들 춤추고 있어요. 강아지도 쫄랑쫄랑 산책 나왔네요. 예전엔 늘 조급했던 출근 시간이었는데 이렇게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니요. 그동안 참 바쁘게 살았나 봅니다. 출근길에 이런 여유를 낸다는 것은 그간 상상도 못 했던 일이죠. 나이 들어 느긋하게 일하다 보니 이런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군요.

비내리는 출근길 경춘선숲길

 

비가 점점 많이 쏟아지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추억이 깃든 장화를 신고 나올 걸 그랬어요. 예전 지하철로 출퇴근할 때 비오면 신었던 그 장화 말이에요. 빗물이 자꾸만 운동화 안으로 들어오네요. 그래도 좋습니다. 조금만 가면 도서관이에요. 일찍 나와서인지 느긋하게 이것저것 다 참견하며 걷고 있는데요, 뿌연 비안개도 찍고, 빗물 머금은 초목도 찍고, 산책길 위 빗방울 파문도 찍고요...

도서관 5층 종합자료실 창가 해바라기 화병

 

도서관 5층 열람실로 들어오니 창가에 해바라기가 환하게 웃으며 반갑다 인사하네요. 창밖은 아직도 비가 내리지만 도서관은 화사합니다. 함께 일하는 도서관사서 신디쌤 솜씨에요. 어디서 저렇게 이쁜 해바라기를 가져왔을까요. 지인이 직접 길러주었다네요. 노랑 해바라기와 주황.분홍 백일홍의 원색 조화가 환상이에요.

화병에 그려놓은 그림은 또 얼마나 이쁜지요. 이것도 신디쌤 작품이지요. "해바라기 꽃말은? 프라이드, 기다림, 일편단심"이라고 또박또박 써놓았네요. 아 그렇군요. 생화를 꼭 닮은 해바라기 그림 옆에는 "잘 자라라.. 쭉쭉... 신디가 물 줘요" 글도 보이네요. 사서 쌤만큼이나 어여쁜 그림과 글씨를 바라보니 미소가 절로 나오네요.

도서관 5층 종합자료실

 

해바라기와 화병의 그림 덕분에 비오는 날에도 도서관 분위기는 생기가 도네요. 도서관사서 신디쌤은 사서데스크에서 언제나 도와주며 응원해주는 쌤이지요. 답답한 마음, 급한 마음을 한 번도 내색한 적이 없다 말입니다. 시시콜콜한 질문에도 어찌나 친절하게 답해주는지... 항상 환한 미소와 함께 '아~ 맞아요... 아~ 그래요...'고 말하는 사서쌤, 혹 책을 많이 읽으면 이렇게 느긋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책 많이 읽을래요. 오늘도 많이 배운답니다.

퇴근길 경춘선숲길

 

퇴근길엔 언제 그랬냐 싶게 날씨가 맑게 개었어요. 철길가에 빨강 파랑 노랑 하양 나비가 훨훨 날고 있네요. 제 마음도 함께 따라 날아올라요. 아직도 머릿속엔 창가에 놓인 노오란 해바라기 생각으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