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당신이 옳다, 정혜신

2022. 6. 27. 01:44책읽기_1주1권/책읽기_여러분야

 

당신이 옳다, 정혜신

이 책은 삶의 바탕인 인간관계의 갈등을 해결하고 나와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속마음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도록, 정신과 의사로서 이론이 아닌 실제 현장인 삶의 한 복판에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세세하게 나누고 있다. 가장 중요한 관계인 가족, 나아가서 친구, 동료, 지인 등 인간관계에 적용하면 좋을 유익한 내용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가깝게 있는 가족 관계를 돌아보며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저자는 30여 년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고 나누었다.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속마음부터 트라우마 현장의 피해자들까지 함께 했다. 저자는 지금 우리 사회엔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 등 전문가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치유법'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자신의 심리적 허기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치유의 근본 원리를 이 책에 담아냈다. 그가 주장하는 '적정 심리학'은 그녀가 현장에서 실제로 수많은 사람을 살린 결정적 무기 '공감과 경계'를 기본으로 실전 무술 같은 치유법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어떠한 힘보다 강한 '공감'의 위력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공감의 실체를 알고 삶에 적용할 수 있으면, 많은 경우 전문가를 찾지 않고도 치유받고 치유해 주면 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본문 중에서>

자기 존재가 집중받고 주목받은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하다. 그 안정감 속에서야 비로소 사람은 합리적인 사고가 가능하다. (p.46)

벼랑 끝에 선 사람에게 나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해줄 말이 별로 필요치 않다. 그때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의 말이다. 그의 존재, 그의 고통에 눈을 포개고 그의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내가 그에게 물어줘야 한다.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조바심을 내려놓고 지금 그의 마음이 어떤지 물어봐야 한다. 사실 지금 그의 상태를 내가 잘 모르지 않는가. 물어보는 게 당연하다. 내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인정한다면 그에게 물어볼 말이 자연이 떠오른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떤 거니?"
"네 고통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거니?"
만약 그의 대답이 없어도, 그가 대답을 피하거나 못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대답은 중요하지 않다. 자기 존재에 주목하고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의 존재를 그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고통에 진심으로 주목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치유의 결정적 요인이다. 말이 아니라 내 고통을 공감하는 존재가 치유의 핵심이다. 자신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걸 알면 사람은 지옥에서 빠져나올 힘을 얻는다. (p.106)

내 고통에 진심으로 눈을 포개고 듣고 또 듣는 사람, 내 존재에 집중해서 묻고 또 물어주는 사람, 대답을 채근하지 않고 먹먹하게 기다려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렇게 해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한 사람'이 있으면 사람은 산다. (p.109)

공감은 누군가의 불어난 재산, 올라간 직급, 새로 딴 학위나 상장처럼 그의 외형적 변화에 대한 인정이나 언급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한 그 사람 자세, 그의 애쓴 시간이나 마음 씀에 대한 반응이다. 그럴 때 사람은 자신이 진정으로 인정받고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면 사람은 그런 외형에 덜 휘둘리며 살 수 있게 된다. 공감은 쓰러지는 사람을 일으켜 세울 만큼 큰 힘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그 힘은 그가 고요하게 가만히 있어도,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자기 자신만으로도 초조하지 않을 수 있는 차돌 같은 안정감의 형태로도 나타난다. 공감의 힘은 그렇게 입체적이다. (p.142)

 

- 에필로그 중에서

공감이 그렇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처럼 숨 막히는 고통과 상처 속에서도 공감이 몸에 밴 사람은 순식간에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없는 것 같던 공간이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진다. 사람들 마음속에서 공감이 하는 일이다. 사람은 그렇게 해서 사지를 빠져나올 수 있다. 공감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