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9. 6. 16:14ㆍ책읽기/책읽기_부모되기
1992년 출판되었으나 현재는 아쉽게도 절판된 책입니다. 대학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는 남아있는 것 같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인데 다시 꺼내 읽었다. 그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지금 읽으니 한 줄 한 줄 마음에 와 닿는다. 시간이 지나고 개인의 상황도 많이 바뀌어서 그러겠지만 근래 들어서 사람들과 관계, 가족 관계,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해서 그런 건 아닐까.
청춘에 관한 책이라서 사랑, 이별, 감정과 행동, 대화, 여자, 부부, 부모와 관계, 부모의 역할, 정신 문제 등 인간관계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인간의 행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조화로운 삶, 행복한 삶의 의미, 여가와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저자는 상담가로서 청춘들의 슬픔과 고통을 직접 경험했기에 이러한 문제들을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가며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제9장, '부모님, 이제는 작별해야 할 분들', 은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이다.
'부모에게 제안하는 글'에서 부모가 먼저 심리적으로 아이들로부터 독립해야 한다. 아이들도 자기 인생을 자기식대로 살 수 있도록 풀어주어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아동일 때는 엄격한 감독이지만, 청소년일 때는 따뜻한 상담자, 그리고 성인일 때는 스스럼없는 친구로 변해가야 한다. 그래서 자녀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언제나 스스로 찾아와 부모에게 자기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할 수 있는 대상, 그런 정신적인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엄격함과 자애로움, 두 가지는 자녀 교육을 받치고 있는 두 기둥이다. 엄격하다는 것은 자주 화를 내고 야단을 쳐서 무서운 것이라기보다는 부모가 분명한 원칙을 갖고 그 원칙에 따라 자녀를 대한다는 뜻이고 원칙 적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자녀가 똑같은 잘못을 해도 부모가 기분 나쁠 때는 심하게 야단을 치고 기분이 좋을 때는 그냥 넘어가게 되면 그것은 엄격한 것도 자애로운 것도 아닌, 그저 감정적인 것일 뿐이다. 자애롭다는 것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항상 웃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고, 자녀의 처지를 잘 이해해 주고 그의 속마음을 같이 느끼고 헤아려 주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녀가 고민이 있거나 답답할 때 스스럼없이 부모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고 그래서 마음을 좀 더 가볍고 편안히 갖게 될 뿐 아니라 그런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자녀들은 엄격함을 통해 규칙을 지키고 성실하게 사는 자세를 배우고, 자애로움을 통해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삶에 대한 애정을 배운다. 엄격함은 인간이 갖추어야 하는 성실성, 근면성, 준법성 등의 기본 원칙을 비교적 엄하게 가르쳐야 하고, 자애로움은 자녀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고 어루만져 주어야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같은 교육 철학을 갖고 아이들을 대해야 하며, 서로 사랑하고 화목하지 않는 부부는 결코 좋은 부모도 될 수 없다.
마지막 장 '관악의 은자'를 통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인생의 롤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글을 마무리한다.
자녀와 부모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았다. 많은 깨달음을 갖게 한다. 후회도 남는다. 미리 알았어야 했는데 많이 아쉽다.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그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속 마음을 함께 느끼며 헤아려주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마음을 편안하게 감싸주지 못했다. 일관성 있게 대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대했음을 인정한다. 이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아이들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 사춘기 시절 힘들어했을 그 마음을 이제라도 받아주고 이해해주고 싶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을 더 따듯하게 감싸주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속절없이 당해 아팠던 부분까지.
이 책은 청춘들뿐 아니라 청춘을 가진 부모, 자녀를 가진 모든 부모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조카들에게 추천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엔 우리 집 두 청춘에게 선물하려고 한다. 개정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