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세퍼드 코미나스

2020. 12. 16. 22:32책읽기_1주1권/책읽기_여러분야

 

얼마 전 <치유 글쓰기> 수업에서 소개된 책이다. 책을 읽고 10여 쪽에 걸쳐 요약하며 꼼꼼하게 읽었다. 공감부분, 깨닫는 부분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이 꽃처럼 피었다. 당장 일기 쓰기를 시작하여 이 책에서 제시한 다양한 주제의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저자 셰퍼드 코미나스 Sheppard B. Kominas는 젊은 시절 만성적인 악성 편두통에서 벗어나고자 의사가 권유한 일기 쓰기를 꾸준히 50년간 썼다. 이를 통해 몸과 마음을 보듬고 영혼을 어루만지는 힘으로 발전했다고 말한다. 워싱턴대학을 비롯 여러 대학과 병원, 문화센터에서 글쓰기가 어떻게 인생을 변화시키는지와 글쓰기의 기쁨에 대해 강연해왔다. 이 책에서는 글쓰기를 통해 일상의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기쁨과 활력이 넘치는 삶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추천의 글 중에서>

- 프랭크 맥코드 (퓰리처 수상 작가)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소한 일에 다툼을 벌이듯이 나는 평생 나의 일기와 다퉈왔다. 고통으로 점철된 삶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일기 쓰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시절, 나는 일기장 속에서 나와 끊임없이 다투면서 새로운 나를 찾으려 했다. 일기는 그만큼 나에게 친구 이상의 존재였던 것이다. 우리들 모두의 삶은 하루하루가 보석이다. 일요일은 사파이어, 월요일은 에메랄드, 화요일은 다이아몬드... 연금술사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보석을 다듬듯이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일들을 기록할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나날들을 보석같이 여긴다면 누가 감히 단 하루라도 소홀히 취급할 수 있을까?

 

<서문 중에서>

편두통이 매우 악화되어 통증 클리닉의 70대 전문의가 제안을 했다. "규칙적으로 일기를 써보세요." "당신이 쓸 일기는 책으로 출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의 인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하나하나 기록하는 일입니다. 그냥 마음속에 있는 단어들이 흘러나오는 대로 써 내려가세요. 그게 전부입니다."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보세요. 앞으로 2주 동안 꾸준히 쓰고 난 후에 다시 찾아오세요."

 

그날 처음으로 일기를 썼다. 하지만 내가 써놓은 것을 훑어보고 기분이 더 나빠졌다. 둘째날은 정신이 멍해졌다. 글을 쓰기에 너무 피곤해서 대충 몇 자 적다가 일기장을 덮어버렸다. 셋째 날도 온갖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다음날도 그랬다. 거의 일주일을 허비했고 어둠 속에서 편두통과 다투며 이를 갈았다. 며칠 뒤, 문득 절망적인 기분에 사로잡혀서 일기장을 집어 들고는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런 상황에서도 왜 이렇게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지, 내 삶을 둘러싼 모든 일에 화가 나서 미친 듯이 휘갈겨 쓰기 시작했다. 분노가 분수처럼 뿜어 나오자 아무 일관성도 없는 단어와 문장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나는 오후 내내 일기를 쓰고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내가 이렇게 이 정도로 몰입할 수 있었을까? 편두통도 없었고, 어깨 결림도 몰랐다. 일기장을 들여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누군가가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쏟아낸 원망과 비난으로 가득한 글을 읽는다면 지탄을 면치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속이 너무도 후련했다. 마음속에 잠재돼 있던 응어리들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 것 같았고,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내가 부스스 눈을 뜨고는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평안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고, 그렇게 나는 글쓰기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