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2020. 3. 22. 16:51책읽기/책읽기_여러분야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정재찬>

 

지난주 저자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즐겁게 읽고 저자가 쓴 다른 책을 찾아보았다. 지난 달에 출판된 책, <인생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반갑게 만났다. 저자는 대학 교양과목 시간에 매 시간 기립박수를 받으며 시 읽는 즐거움과 감동의 시 세계로 학생들을 이끌고 있다. 강의, 글, 방송 등을 통해 시를 잊은 우리 곁에 다가와 시의 힘과 아름다움과 긜고 시를 읽는 기쁨을 전하고 있다. 

 

저자는 시를 기반으로 인생이라 부르는 것 일곱 가지 주제 - 밥벌이, 돌봄, 건강, 배움, 사랑, 관계, 소유- 를 노련한 소믈리에처럼 맛있게 풀어내고 있다. 인문학, 예술, 대중문화를 넘나들며 인생과 시의 절묘한 접점을 만들어낸다. 시인들의 인생에 대한 관조와 성찰을 통해 얻은 지혜와 위로를 바탕으로 열네 가지 인생 여정에 관해 친절하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거치고 풀어야 하는 길목, 인생 구비구비마다 필요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한다.

 

저자의 해석을 바탕으로 몇 번씩 곱씹어 읽으며 내 삶의 언어를 만난다. 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바깥의 풍경을 보게 하고 세상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시를 읽는 기쁨이 이런 것일까. 시를 읽으며 울고 웃는 동안 금세 마음이 정화되며 마음을 평안하게 내려놓는다. 시를 사랑하고 인생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다. 근래 책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새로운 우주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단짝인 동생에게 꼭 권유하고 싶다.

 

- 본문 중에서 -

 

푸르른 날 (서정주 시, 송창식 작곡)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름은 희망과 설움의 접경지대입니다. 푸름은 희망에도 어울리고 설움에도 어울려서, 푸른 희망이라고 하면 희망이 더 희망차게 들리고, 푸른 설움이라고 하면 설움이 더 서럽게 들리는 것처럼 말이지요. 이 노래의 매력은 어쩌면 송창식의 후련하게 터진 그 푸른 목소리에 담긴 푸른 설움을 듣는 데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라는 이 단순한 선언에 마음이 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