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24. 15:25ㆍ책읽기_1주1권





책은 도끼다, 박웅현
오래전 그의 저서 <여덟 단어>를 재미있게 읽었다. <책은 도끼다>에 관심이 갔다. 하지만 오래전에 구입한 책이 오랫동안 거실 서가에 꽂혀있었다. 책 모임에 소개하고 거의 한 달간 가방에 넣고 다녔나보다. 바쁜 중 틈 나는 대로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30여 년간 광고를 만들 때 바탕이 되었던, 저자의 창의성과 감성을 일깨웠던, 저자가 매혹되었던, 여러 책들을 소개한다. 책 읽기를 통해 삶이 풍요롭고 행복했다고 그는 고백한다. 책을 소개하는 글들이 소개된 책 보다 수려하다. 책을 읽어내는 시각과 그 관찰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책을 훑고 나니 그간 무뎌졌던 감각이 조금은 깨어난 느낌, 그간의 편협된 시각이 조금은 확장됨을 느꼈다. 저자의 표현처럼 촉수가 예민해진 느낌이다. 저자가 소개한 책 중에 읽은 책도 몇 권 있지만, 그가 소개한 책들을 다시 한 권 한 권 섭렵하고 싶다. 훨씬 더 깊게 다가올 것 같다. 저자처럼 남들의 생각과 행동에 더 관대해지고 늘어나는 주름살이 편안하기를.
<저자의 말>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나의 도끼였다. 나의 얼어붙은 감성을 깨뜨리고 잠자던 세포를 깨우는 도끼. 도끼 자국들은 내 머릿속에 선명한 흔적을 남겼다. 어찌 잊겠는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쩌렁쩌렁 울리던, 그 얼음에 깨지는 소리를.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얼음이 깨진 곳에 싹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촉수가 예민해진 것이다.
그 예민해진 촉수가 내 생업을 도왔다. 많은 경우, 광고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 회의실에서 예민해진 촉수는 내가 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문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것은 나의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했다. 신록에 몸을 떨었고, 빗방울의 연주에 흥이 났다. 남들의 행동에 좀 더 관대해졌고, 늘어나는 주름살이 편안해졌다.
<본문> 중에서
1강. 시작은 울림이다
P17 : 판화가 이철수의 다른 시선

처음 소개해드릴 작품은 <마음, 쏟아지는구나!> 라는 작품인데요. 화면 하단을 채운 대나무 숲에서 수많은 점들이 여백으로 날아올라갑니다. 여백은 하늘이고 점은 새들입니다. 빈 공간인데 하늘로 보이고, 그냔 찍어둔 듯한 점인데 새들로 보여요.... 새가 쏟아지는구나. 대나무 숲으로 새가 다투어 몰려나오는구나. 내가 본 자연의 스케일을 다 잡아서 한 폭에 담아냈다는 것이 그냥 놀라울 뿐이었어요.
P.34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 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울림이 있느냔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p.45
나한테 울림을 줬던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창의성입니다. 창의적이 되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입니다.
P.47
순간순간 행복을 찾아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행복은 삶을 풍요롭게 해 줍니다. 그러나 풍요롭기 위해서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같은 것을 보고 얼마만큼 감상할 수 있느냐에 따라 풍요와 빈곤이 나뉩니다. 그러니까 삶의 풍요는 감상의 폭이지요.
p.49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자자 유흥준은 "문화미와 예술미는 훈련한 만큼 보인다" 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좋다니까 감동을 짜내며 좋을까 보다 했죠. 그런데 지금은 좋은 걸 알겠습니다. 언스트 곰부리치의 <서양미숙사> 같은 책들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책들을 읽고 난 다음에 본, 피카소의 그림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인생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한 겁니다.
p.51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감동받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지식이 많은 친구들보다, 감동을 잘 받는 친구들이 일을 더 잘합니다. 감동을 잘 받는다는 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2강. 김훈의 힘, 들여다보기
P.64
김훈은 무엇을 보든 천천히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속도의 문제에 대해 걸고넘어집니다. 우리는 정말 빠른 속도로 살아가요. 꽃 피고 지는 것 하나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말이죠.
P.66
책을 읽어야겠다는 목적이 있어서 읽기는 하지만 세밀하게 읽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저도 별다르지 않은 현대인이다 보니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잘 관찰하지 못하지만, 천천히 보고 싶다는 갈증은 늘 가지고 삽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속도가 아니라 걷는 속도로 봐야 보이는 것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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