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바다] 옛 친구들 만나러 부산으로

2024. 2. 23. 10:35놀러가기/바다보러

부산영도 감지해변 자갈마당

 

미국에서 맺은 20년 지기 친구들과

 

"우리 한 번 만나요~"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 20년 지기 친구의 반가운 목소리예요. 서울과 부산, 대구, 천안에 흩어져 사는, 예전 기러기 부부 8명이 부산에서 모이기로 급 결정했지요. 오랜 시간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바쁜 일상, 만사를 제치고 서울역 KTX 타고 딱 2시간 40분, 부산역 도착, 영도에 왔습니다.  

 

그러니까 20여 년 전, 낯선 타국 땅 미국의 한 교회 안에서 만난 기러기엄마들입니다. 남편 유학시절 미국의 선진교육제도를 경험했던 엄마들, 사춘기 자녀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나온 용감무쌍한, 그 이름도 유명한 한국의 기러기엄마들이죠.

 

예전엔 '웬 기러기가족?'이라며 이해가 안 되었죠. 기러기가족이 되리라곤 꿈에도 상상을 못했다 말입니다. 처음 미국에 갈 때만 해도, 1년 정도 아이들과 미국과 뉴욕을 경험하며 조금 쉬었다 오자였죠. 빡쎈 학업으로 지친 아이들, 주말부부로 힘겨운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쉼을 갖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미국 체류 1년 후, 마음이 바뀌어 미국에 계속 머물게 된 거죠.

 

10년 만에 만났는데, 어제 만난 친구들처럼 어찌나 반갑던지요. 이런 날도 다 있네요~ 예전의 팔팔했던 모습은 중후한 중년의 모습으로 변신했군요. 만나자마자 우린 20년 전 미국으로 쏜살처럼 달려가네요~ 꿈같은 시간들을 소환해 봅니다. 

 

해변 자갈마당을 걸으며, 전망대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밥집에서, 찻집에서, 자동차에서... 이야기는 끝도 갓도 없이 이어지네요. 언젠가 펼쳐볼 아름다운 추억을 또 차곡차곡 쌓습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몽글몽글 자갈 해변 

 

오래된 기억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냅니다. 20년 전 당시, 물 설고 낯선 타국에 나가 남편도 없이 엄마 혼자서 사춘기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은 당연히 녹록지 않은 일이었죠. 좌충우돌 때마다 오로지 주님만 붙들 수밖에요. 함께 기도하며 뭉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믿음 신실한 엄마들과 '중고등부어머니기도회'를 구성해 교회 '새벽기도' 자리를 지켰고, 매주 돌아가며 집을 오픈해 '어머니기도회'와 '성경공부' 모임을 가졌지요. 또한 '중고등부새가족환영회', '중고등부교사회의', '중고등부토요모임', '중고등부수련회', '중고등부졸업파티'... 등 중고등부 아이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어디든 달려가 힘껏 도왔습니다. 

 

태종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 남해바다

 

방학 때면 한국서 온, 영적가장 아버지들도 '어머니기도회'에 합류했고, '찬양팀', '설교통역', '부모특강' 등으로 섬겼어요. '아버지수련회', '중고등부가족모임', '중고등부가족소풍' 등에 참여하며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며 성도들과 즐거운 교제를 나누었지요. 아버지수련회 때, 손에 손잡고 간절히 기도하던 아버지들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네요~

 

엄마들은 교회에서 중고등부 행사는 물론, 매주 '새신자환영부', '한글학교교사', '대학부모임식사준비','주방봉사' 등으로 기쁨으로 봉사했어요. 교회 주요 행사 '탱스기빙파티', '크리스마스파티', '바자회' 등은 당연히 엄마들 몫, 십시일반 역할을 분담해 일사불란하게 행사를 치러냈지요~

 

에피소드도 많았죠. 한 번은 캐나다 '어머니학교'에 함께 참석하기로 의기투합, 직접 운전해 국경을 넘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당시엔 끔찍했던 에피소드도 소환하며 이젠 여유롭게 웃을 수 있네요~ㅎ 중요한 건 이런 에피소드가 한두 개가 아니란 말입니다. 

 

부산 원주민의 안내로 영도에서 제일 크다는 카페 피아크 (PARK)

 

주말이면 집을 오픈, 음식을 푸짐하게 장만해, 고국의 정이 그리운 동네 한국인 엄마.아빠들과 아이친구들, 한국음식이 그리운 유학생들을 2~30명씩 초대해 기쁨으로 섬겼지요. 방학 때면 한국서 온 아빠도 합류, 손가락이 얼얼할 정도로 치킨윙을 잘라 튀김가루 입혀 한 솥씩 튀겨낸 단골요리, '프라이드 치킨'은 단 번에 인기짱 요리가 되었죠. 덕분에 손도 빨라지고 요리사 못지 않게 요리솜씨도 점점 늘게 되더군요.

 

매일 아침 수업 시작 전 캠퍼스에서 열리는 대학부기도회를 위해 찹쌀머핀을 매일 따끈하게 구워낸 기억도 떠오르군요. 인기짱 찹쌀머핀 먹으러 기도회 나오는 친구들이 점점 늘어난다며 좋아했던 아이의 해맑은 모습이 떠오르네요. 돌아보니 주님의 사랑을 경험하며 나누는 귀한 시간이었네요~

 

처음엔 4~5명으로 시작한 중고등부 학생들은 1~2년 새에 4~50명으로 늘어나고, 부모와 교사들까지 모이면 어디든 늘 복작복작했지요. 엄마들이 관여한 교회행사마다 감사하게도 큰 호응 속에 신앙이 없는 많은 사람들까지 몰려드는 은혜의 현장이 된 거죠. 주님의 기쁨이 되기 위해 함께 애썼던 시간들이었네요. 

 

카페 피아크 옆에 자리한 '바릇식당'

 

그러는 사이, 아이들은 주중 학업이 끝나 주말이면 친구들과 교회에 나와 '중고등부토요모임', '찬양연습' 등으로, 주일엔, 예배에 참석 '예배찬양팀', '성경공부반' 등에서 즐겁게 활동했지요. 방학이면, '중고등부수련회'로, '국내외선교', '어린이주일학교봉사' 등으로 분주했고요. 무엇보다도 중고등부 교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엄마들의 힘찬 응원에 힘 받아 아이들은 신앙이 쑥쑥 자라며 영.육이 강건하게 성장할 수 있었지요. 돌아보니 주께서 인도하시며 일하신 드라마틱한 과정이었네요~

 

주께서 허락하신, 천하보다 귀한, 여덟 명의 자녀들, 어쩌면 이렇게 한 명 한 명 한걸음 한걸음 제 갈길을 잘 가고 있는지요. 이제 어엿하게 장성해 주님의 자녀로 세상 가운데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살고 있다 말입니다. 정말이지 이 모든 것 주님이 함께 하시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함께 고백하며 감사했습니다~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흐르고... 벌써 어둑어둑 날이 저무네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한 팀은 KTX로 떠나고, 한 팀은 대구로, 또 부산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는 영도의 다음 여행을 위해 남았습니다. 예약해 둔 부산 영도 하리항에 자리한 호텔로 들어오니 꿈 같은 하루가 저물고 있네요. 오래오래 기억날 것 같습니다.

 

부산 영도 하리항에 자리한 호텔, 시타딘커넥트호텔하리부산 (Citadines Connect Hari Busan)
호텔에서 바라본 부산 영도 하리항 밤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