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쓰기, 오늘 퇴고 했다

2020. 11. 7. 12:33책쓰기_1년1권/2020_미국이 뭐길래 1

 

<미국이 뭐길래 1> 책 쓰기, 오늘 퇴고했다.

 

오늘, 퇴고했다.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오니 온 세상에 낙엽이 소복이 쌓였다. 쏟아내버린 글처럼. 지난가을 100일 동안 책을 썼다. 지나온 10년간 미국에서 살았던 시간을 돌아보고, 추억을 더듬어 글을 쓰는 과정이었다.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추어보며 하루 한 꼭지씩 기억과 생각을 담아냈다.

 

먼저 저장해둔 사진 파일에서 사진을 꺼내어 동네별 주제별 시기별로 정리했다. 사진을 골라낸 후 한 장씩 골라내어 수평을 맞추고 명암과 채도를 조절하며 편집했다. 블로그에 비공개로 사진들을 올리고 주제별로 글마다 제목을 달았다. 글을 쓸 때는 블로그에 펼쳐진 사진을 바라보며 기억을 하나씩 불러내어 글을 하나하나 입혀나갔다.

 

특별한 기준은 없었고 마음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써나갔다. 어떤 꼭지는 할 말이 많아서 길게 늘어지고, 어떤 것은 한 단락으로 마무리하기도 했다. 어떤 글은 감정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고, 다른 글은 기사처럼 사실만 상세히 써넣기도 했다. 어떤 주제는 서너 장의 글이 줄줄 나왔으나, 어떤 것은 한 줄도 못쓰고 비워두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술술 나올 때는 하루 종일 글을 썼으나, 할 말이 없을 때는 한 줄도 못쓰고 하루를 넘어갈 때도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요동쳤던 마음이 평정을 찾아갈 때쯤 책은 마무리되고 있었다.

 

글 쓰는 동안 하루하루는 쏜살처럼 지나갔고 가을도, 나도, 서로 무심하게 지나쳤다. 글 쓰는 도중에 운동 삼아 가을 속을 걸었으나 기억 속에 가을은 없었다. 퇴고를 하고 나니 낙엽만 쌓아둔 채 가을은 훌쩍 길을 떠났고, 어느덧 겨울이 성큼 다가와 있다. 이 겨울, 성큼 나에게 다가올 그 책이 기다려진다.